(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박준형 기자 =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적자 구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한국전력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당하면서까지 대규모로 채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채권 발행에 다른 공공기관의 채권 발행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적자 구조 탈피를 위한 대안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외부 조달을 추가로 늘릴 수 있어 시장 왜곡 우려도 커진다.



◇ 이달에만 4조원 가까이 찍어…금리도 높아져

1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월 공사채를 4조2천400억원어치를 찍은 데 이어 이달에는 3조9천9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한전채 5년물의 민평3사 평균 수익률은 3.568%로, 신용등급 'AA' 공사채 수익률인 3.522%보다 높다.

등급이 두 단계 낮은 크레디트물과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지난해 7월부터 매월 1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다 보니 이를 소화하기 위한 고금리 발행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도 상당히 불리하고 분위기도 썩 좋진 않은데 한전이 작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발행을 늘려서 채권시장에 어느 정도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펀더멘털 괜찮다지만…금리 인상기 수급 부담

한전은 정부 보증을 받는 공기업으로 공사채 발행이 늘어나더라도 공사채 시장 전반으로 금리 인상이 전이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AA'급 공기업 5년물 평균 수익률은 3%대 초반으로 한전 수익률을 밑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기업의 경우 개별 이슈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전채 발행이 많다고 해서 공기업이 다같이 힘들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공기업 신용등급에 가장 영향을 주는 건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고금리 발행까지 이어지며 하위 등급 채권 발행에 부담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AAA'급인 한전채가 'AA' 공사채보다 낮게 거래되면 'AAA'급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다른 채권 수요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적자가 누적돼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전반적인 크레디트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은 매년 자본지출과 이자, 배당 지급으로 13조원을 쓰는데 지난해 적자를 내는 바람에 운영자금도 채권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올해 만기되는 한전채가 16조원에 이른다.



◇ 1분기도 적자 불가피…전기요금 인상 난망

한전이 공사채 발행을 본격화한 것은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 이후부터다.

당시 7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뒤 적자폭이 커지고 있으며 올해 1분기는 5조1천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고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이 kWh당 200원대로 치솟았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전력시장 요금 안정화 대책으로 ▲ 발전용 연료 세율 한시적 인하 ▲ SMP 상한제 개편 ▲ 석탄상한제 탄력 시행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전기 구매 비용을 한 차수 연기하는 방안을 다음달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들이 외상 거래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동화하든지 다른 형태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최근 발전 자회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은 오는 22일, 한국남부발전은 오는 26일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근본적 해법이 없다면 다른 대책은 곁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이 전기요금을 포함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원전 가동률을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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