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가 소폭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 정책금리를 50bp(0.5%p) 빅스텝 인상한 이후 다우지수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한 후에 처음으로 반등한 것이다. S&P500지수나 나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4~5일 하락한 후에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했다. 시장은 이러한 반등을 며칠간의 부진 이후 반발매수로 해석하거나 연준의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고 있다. 시장은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5월의 빅스텝 인상 이후 자이언트 스텝, 즉 75bp 이상의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이미 고점을 지났다는 점도 향후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스케줄을 지연하게 하거나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과거에도 연준은 정책금리 인상과정에서 주식시장의 조정폭이 크면 정책금리 인상을 지연하거나 멈추는 '연준 풋 (Fed put)'으로 시장을 달랬다. 연초 이후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2%, 16% 하락했다. 게다가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시장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제로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24개월 이내에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확률을 35%, 12개월 내에는 15%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연준 풋'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첫 번째 이유는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 착오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 연준은 이번 인플레이션을 경제활동 재개와 일부 공급망 차질이 유발한 병목현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1분기에 들어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바뀌었으며, 3월 25bp(0.25%p), 5월 '빅스텝' 인상의 배경이 됐다. 이는 연준의 이번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금리 대응이 선제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향후의 정책금리 인상은 그만큼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이 5월의 빅스텝 이후에도 6월과 7월 연이은 빅스텝을 예고한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대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8.5%에서 4월에 8.3%로 둔화하였으나,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향후 물가수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1월 이후 6%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과거 평균 대비 약 두 배나 높은 것이다.

이런 기대인플레이션이 주목받는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임금과 물가의 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재개로 구인이 어려워지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높아진 임금이 서비스 부문부터 물가에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여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물가로 전이된다. 이와 같은 피드백이 형성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되고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연준은 과거와 달리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물가의 순환적 상승'이 존재하는 한 '연준 풋'으로 실제 물가나 기대 물가의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연준 풋'이 없는 경우, 올해 말 연준의 정책금리 수준은 2.75%가 예상된다. 5월 이후 6월과 7월의 세 차례 빅스텝과 연말까지 9월, 11월, 12월에 각각 25bp를 인상하는 경우다. 연준 인사 중 가장 매파적인, 즉 정책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말 정책금리 수준이 3.5%에 도달해야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은 앞에서 언급했던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한편 대부분 전망기관은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2023년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3년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을 시사한다. 다행인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고 해도 2023년 상반기에 국한될 전망이다. 연준의 이번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2023년 2분기에 종료될 것으로 보이며,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차질 등의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연준 풋'에 대한 기대는 낮추고 시장 반등을 위해서는 좀 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연준의 금리인상 스케줄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정책금리가 중립금리(2.5% 내외)를 상회하며 통화정책기조는 긴축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따라서 소비와 투자 등 수요 부문의 위축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 과정에서 평탄화되던 미 국채수익률 곡선의 역전이 심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은 연준의 연이은 빅스텝 정책금리 인상과 연준 인사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매파 언사로 추가 하락이 예상되나, 이 시기가 되면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점과 경기침체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하락세에서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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