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급등한 집값에 반해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이자비용 부담까지 늘면서 조금씩 집값이 내려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 속에서 가격 강세를 띠는 아파트는 바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들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수도권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약속한 새 정부가 100일 안에 주택공급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인데, 도심의 새 아파트를 공급할 핵심적인 방안이 바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다.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안전진단 절차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고,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등의 제도 간소화를 통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주택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이 그다지 잘 풀리지는 않는 것 같다.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는데, 우선 정부가 약속한 재건축 규제 완화 시기나 내용이 아직은 불명확하다. 사실상 정부가 폐지하거나 크게 손질하기 어려워 보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가 여전히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용도지역 상향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임대주택 증가 및 세대별 지분 감소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주요 재건축사업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더 유리한 사업환경과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혹은 탐탁지 않은 재건축 활성화 방안의 실익을 따지며 재건축을 마냥 미뤄도 상관없다는 듯 대응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수도권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와 온도차를 보인다. 서로 재건축사업을 대하는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새 아파트 공급이 꼭 필요하다면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한다.

◇ 민간 재건축 활성화, 어떻게 풀 것인가

재건축 아파트 지분을 소유한 투자자와 조합 입장에서는 재건축에 우호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규제 완화를 최대한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금융비용과 사업비 조달의 부담이 커지고 재건축 자체 사업성은 점차적으로 떨어지는 구조에서 무작정 재건축을 미루는 것이 반드시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 단편적인 재건축 투자 비용을 넘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환경의 변화와 완공된 새 아파트의 미래가치, 그리고 달라질 주거의 질을 따져볼 것을 권한다.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민간 재건축사업은 결국 개인 토지의 개발사업으로서 적정한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주택시장의 가격 변동성이나 수급 불안정이 심할 때 더욱 주목받게 마련이고, 과도한 공공성을 부여하면서 재건축사업을 유도하기도 어렵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재건축을 억제하면 생기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고 반대로 도심 재건축이 조금 활발해진다고 공급부족이 크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도심 새 아파트 공급부족과 주택 노후화 해소, 그리고 주거환경의 질적 개선이라는 당면한 이슈를 해결하려면 정책목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빠른 규제 완화와 함께 적정한 개발이익 환수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 필수적인 공공 기여와 이익은 환수하되 민간 재건축사업 자체는 공공사업과 다르게 대응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수도권 도심의 재건축사업이 활발해지면 대응할 문제는 더 많아진다. 재건축 사업장 주변의 토지가격 상승이나 전·월세 임대시장의 수급 불안, 일시적인 가격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문제나 공정성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투기적 수요 증가와 가격 변동성 같은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적정한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고, 장기적인 도시개발과 운영, 그리고 주거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민간 재건축의 활성화는 물론 지속 추진이 가능해 보인다.

순차개발과 순환개발이 불가피한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경우에는 더 장기적인 재건축 계획이 필요하다. 재건축 정비사업의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사회적인 공유와 동의를 끌어내면 계획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재건축 투자해도 되나

기본적으로 사업 기간이 길고 다양한 리스크와 변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 재건축사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단편적인 기대와 전망만 하고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투자 비용 증가 및 사업 장기화를 고려하며 투자하고, 단기 수익성보다는 랜드마크 새 아파트의 보유 가치와 거주 만족도를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안전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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