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6주째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동안 0.03% 하락해 5월 말부터 소폭이지만 내림세가 이어졌다. '노도강' 등 서울 외곽의 하락폭이 커졌고 강남권 일부도 하락 전환돼 서울 전역으로 하락세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아파트시장의 가격조정이 시작된 것일까.

예상보다 이르지만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전후 수혜주의 반짝 강세를 제외하면 지난해 4분기부터 아파트가격지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수요자들의 구매력 하락과 투자심리 전환이 뚜렷하다.

당초 예상보다 조정국면 진입이 빨라졌다. 연초 전망 당시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전세 이슈 등에 따라 올해까지는 약상승장이 될 것으로 봤다. 새정부 첫해 부동산규제완화와 주택공급 등 개발계획도 아파트 가격조정을 지연시켜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치솟고 인플레이션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코로나 재확산과 중국의 재봉쇄 변수도 남아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한국은행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결정했다.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투자심리가 꺾였다.

지난 5월부터 서둘러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요심리를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6월 말 대전, 대구 등 지방 도시의 규제지역 해제가 시작됐지만, 효과는 단발적이다. 오히려 보수적이고 시장 후행적인 정책 기조의 변화는 시각을 달리하자면, 부동산 시장국면의 전환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미미하긴 하지만 다주택자 세금부담 완화에 이어 실수요 중심의 대출규제 완화, 거기다 규제지역 해제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아파트시장은 작년까지 급등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줄면서 가격조정이 예상된다. 변동금리에 대응하기 어려운 '영끌' 투자가 많았던 지역이나 단기적인 가격급등 이슈가 소진된 곳들이 먼저 조정되고 하락폭도 클 것이다. 거래 관망세와 환금성 저하로 투자 선호지역에서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조정폭이 격차를 보이고 투자가치가 높은 상급지의 급매물에는 장기 투자수요가 우선 형성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다.

◇ 추세적 하락인가

서울 아파트시장 상급지에서도 고점 대비 하락 거래 사례가 나오면서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하락거래 사례가 증여나 특수관계거래 등 비일반적이거나 다주택자 급매물 처분 같은 경우도 섞여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하반기에 글로벌 물가가 좀 잡히고 인플레이션 피크도 지나게 된다면 내년에는 미국금리가 다시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경기둔화 측면에서도 아직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고 경기침체가 심하지 않다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물가와 금리 변동성이 이어지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면 부동산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테고, 국내 주택시장의 대표격인 아파트 가격도 조정폭이 커지고 장기화할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한 저금리기조의 유동성 장세를 타고 급등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앞으로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인데 그에 따라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좀 더 빠르게 아파트 준공량을 늘리게 된다면 구매력이 떨어진 수요자들을 대기수요로 묶어둘 수 있다. 신규분양에 비해 기존 매물거래는 부진해지고 처분이 급해진 매물부터 가격조정이 확산할 수 있다.

◇ 이후 투자전략은

하반기 아파트시장은 여전히 변수가 많아 수요 관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하락 기대와 구매력 저하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표상 하락률은 크지 않더라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격조정은 불가피해 보이고 변동성에 따라 장기화할 수도 있다.

투자성이 우수한 상급지 부동산이나 장기보유형 자산이 아니라면 세금 등의 규제 완화 정책을 활용해 적절히 처분하고 보유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의 이동을 계획해 볼 만하다. 신축 및 상급지 아파트 가격은 조정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먼저 회복되며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 관점으로 전환해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정해두고 급처분 매물을 중심으로 하락 투자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을 계속 시도하기를 바란다. 금리는 불안하지만, 대출이나 세금 지원은 늘어난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계획이 본격화되면 청약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 아파트를 우선순위로 하고 입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갭투자도 활용해 볼 수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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