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4년 만의 금융감독원 정기 검사를 앞둔 한국투자증권이 술렁이고 있다. '각오한' 정기검사지만 '역대급' 고강도 검사가 진행되리란 전망 탓에 본 검사 시작 전부터 조직 내부가 시끄럽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정기 검사에 앞서 사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이날 단독 송고한 '금감원, 내달 한국투자증권 4년 만에 정기검사' 제하의 기사 참고)

아직 자료 요청에 불과한 사전 검사에도 조직 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올해 들어 공매도 관련 제재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전산장애 등 민감한 사안들이 연이어 발생해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조직은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연봉킹이 됐다는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올 것이 왔다'…검사 배경 두고 정치적 해석 난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했다. 초대형 IB를 위해 1년 전 유상증자를 실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조건을 갖춘 덕이었다.

당시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등인 미래에셋대우(現 미래에셋증권)를 비롯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듬해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의 영토를 넓혔다. 얼마 되지 않아 북경사무소도 열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 IB 전담 법인도 신설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이른바 마이데이터 사업 본인가도 받았다.

여느 대형 증권사와 다름없어 보이는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정부의 혜택을 받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조국 펀드 사태에 휘말리며 검찰의 압수수색과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가 이뤄진 2019년 가을, 잠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탈 없이 넘기며 '역시 한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금융투자업계가 사모펀드로 속앓이를 할 때도 한국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었다. 불완전판매 이슈가 전혀 없지 않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팝펀딩 펀드 사태가 발생하자 한국투자증권은 이례적으로 전액 선 보상을 결정했다. 팝펀딩을 포함해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 미르신탁 등 문제가 될만한 모든 사모펀드를 100% 선 보상 했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선제 조치라는 설명에도 업계의 시선은 차가웠다. 전례 없는 선 보상이 업계에 미칠 후폭풍을 알면서도 갑작스러운 결정을 한 한국투자증권을 향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정부에서 일찌감치 그 주목도가 남달랐다. 그 시기 굵직한 행보도 많았다. 업계는 그런 배경을 전남 강진 출신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071050] 회장에서 찾았다. 김 회장은 금융권 내 대표적인 호남권 인사다.

정권 교체와 함께 새 정부 들어 금감원이 정기검사 대상으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해야 했을 금감원 정기검사가 코로나 등을 이유로 이제야 하는 것인데도 내부에선 그 배경을 정치적인 이유에서 찾는 것 같다"며 "정기검사를 대하는 한국투자증권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CEO 임기 맞물린 금감원 검사…연말 인사 초미의 관심

한국금융지주는 2분기 어닝쇼크를 시현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이 급감한 탓이다. 한국투자증권 당기순이익은 1천억 원 남짓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은 물론 전 분기 대비로도 67%나 줄었다. 이 기간 저축은행(115억 원)과 캐피탈(325억 원), 부동산신탁(33억 원), 프라이빗에쿼티(14억 원) 등 나머지 자회사 실적은 팬데믹 이전의 경상이익과 비슷했다.

시장은 지난 2020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떠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의 분기 실적이 은행계 증권사들보다 뒤처진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가 치솟은 데다 ELS 조기상환이 축소되며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2분기에 드러난 발행어음 투자 채권 내 자본조정과 환차손, 이연법인세 처리를 두고 시장은 그동안 회계상 오류가 이번에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꽤 시끄러웠다.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명시된 CEO의 보수 때문이다.

정일문 사장은 올해 상반기 51억 원의 보수를 받으며 금융권 연봉킹에 올랐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등 업계 내로라하는 CEO를 모두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동안 한국투자증권 블라인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조직의 경영성과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 정 사장의 보수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얼마 전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사내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의 전산장애는 낙후된 건물의 누수 때문이었다. 중부지방에 집중된 집중호우가 천재지변이었던 만큼 이를 한국투자증권의 탓으로 돌릴 순 없는 노릇이지만, 설비 투자에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첫날 발생한 한국투자증권의 MTS 장애도 마찬가지였다. KB증권 등 다른 주관사들은 일찌감치 청약 당일 몰릴 거래량에 대비해 주식거래시스템 처리 용량을 늘리는 시스템 투자를 단행, 문제없이 거래대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주관사 중 유일하게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누수, 전산장애 등은 낙후한 인프라의 방증"이라며 "업계 내로라하는 초대형 IB의 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연이은 악재에 이어 이번 금감원 정기검사가 연말 인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2019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정 사장은 지난해 3분기 만에 순이익 1조 원을 달성한 경영성과에 힘입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연말은 정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지는 시기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문성필·오종현 부사장 등 3명을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지속해서 후보군을 관리하는 만큼 언제든지 후보군 추가도 가능하다. 조직 안팎에선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 등의 이름이 벌써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계기로 생각보다 CEO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증권사가 많지 않다. 경영성과를 이유로 올해는 적잖은 교체가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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