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 불안이 언제 진정될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가운데 첨예한 시장의 대립을 잠시 접어두고 시장 주요 관계자들이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메타버스(metabus)에 탑승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위스키 온 더 록'(Whisky On the rock)의 감미로운 음악에 발베니 온 더 록을 한잔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참석자 : 당국 관계자(G), 시장 트레이더(T), 중공업 수출 관계자(H), 에너지 수입 관계자(K), 학자(P), 그리고 사회자(O)
O : 바쁘신 와중에 메타버스 시장 간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시장 트레이더가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T : 국내 금융시장은 이제는 내부요인이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잘 알고 계시듯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젠 빅스텝(50bps), 자이언트스텝(75bps)도 넘어 울트라스텝(1%)까지 언급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최근 달러 대비 원화 움직임은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심하게 약해져 있고 외환 당국의 조치(개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유출, 연금의 해외투자 등으로 분명한 달러 수요 우위인 상황에서 그 갭(gap)을 메워줄 주체는 외환 당국밖에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잦은 구두 개입으로 당국의 신뢰성에 금이 갔고 시장에서는 구두 대신 전투화를 신어 전쟁을 치르겠다는 각오의 '전투화 개입'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지난주는 어느 정도 전투화 끈을 매고 임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난 8월 외환보유액 감소 규모를 보면 알 수 있죠. 글로벌 달러 강세로 유로화, 엔화 표시 외환보유액의 평가손도 발생했던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20억달러밖에 줄지 않았다는 것은 8월 이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적극적인 달러 매도개입이 거의 없었고 말로만 하는 개입(구두 개입)에 의존해 환율이 쉽게 1,400원 근처까지 단기간에 급등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어떤 트레이더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한쪽 부서(보건복지부·국민연금)에서는 달러를 죽어라 사고, 다른 한쪽(기획재정부·한국은행)에서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힘겹게 팔고 있으니 똑같은 국민의 돈이나 세금인데 참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위기가 아니라면 '위기가 아닌 것'을 보여줌으로 시장의 신뢰와 함께 안정을 회복해야 합니다. 제가 정부의 구두 개입을 믿고 달러 숏포지션(short position·달러 공매도)을 유지했다가 하도 많이 깨져서 이제는 이판사판인 것 같습니다.

G :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하지만 정부를 믿으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국내외 펀더멘탈에 의해 움직이는 개방된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정부의 개입은 과도한 쏠림이 아니라면 시장에 맡긴다는 게 원칙입니다. 사실 터놓고 이야기하면 원화 약세가 물가상승과 국내 투자심리 위축 등의 부작용 말고는 향후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현재 무역수지 적자인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현재의 글로벌 달러 초강세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막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또 어렵게 쌓았던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팔 수도 없으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다만 경상수지 흑자, 재정건전성, 외환보유액, 순대외채권국 등 우리나라의 펀더멘탈은 예전의 두 차례 위기와는 분명히 다르며 양호하다고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K : 그렇다면 미국 금리가 계속 올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원화도 계속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달러를 사서 수입하는 입장에서 기업의 환관리 기본전략인 '리드앤래그'(lead and lag)를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밖에 없겠군요. 달러 사는 것은 빨리 사고, 파는 것은 천천히 해야 한다는. 솔직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국내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전기료를 지난 정부 때부터 못 올리게 해서 엄청난 적자로 향후 기업의 생사가 걸려 있을 정도입니다. 국민경제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전기료)을 올려서 비싸진 만큼 국민이나 기업들이 아껴 쓰도록 유도해야 전체 에너지 수입이 그나마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 가격에 전기료를 아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가 때문에 가격만 꽉 묶어 두면 전력생산이 일부 중단돼 언젠가는 '블랙아웃(blackout)'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H : 환율이 오를 때 많은 수입업체가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많은 견실했던 수입업체들이 급등한 환율에 파산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출업체에는 분명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과 채산성에 도움이 되지만 요즘같이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수입도 해야 하는 저희도 자금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박을 수주해 나중에 들어올 달러(중도금·잔금)를 선물환으로 팔아야(hedge) 하는데 거래 은행들이 선물환거래 라인을 안 주니 적극적으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어 저희도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은행에서 선물환거래에 따른 평가익도 여신거래의 일종이라 하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세계 일류 중공업업체에 신용 라인(credit line)을 대폭 확대해주도록 정부와 은행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외환시장에 선물환의 달러가 유입돼 환율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T : H님의 하소연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선물환거래는 파생거래로서 만기까지 발생하는 평가손익에 대해 거래상대방과 담보를 서로 제공하게 되어 있답니다. 선물거래(Future transaction)에서 평가손이 나면 증거금을 매일매일 쌓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공업에서 과거 평균 1,200원에 선물환거래를 해서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선물환 잔액이 100억달러고 현재 환율이 1,400원이라면 2조원(100억달러×200원)의 현금이나 채권 담보를 거래은행은 반대거래를 한 거래 상대은행들에 제공하고 있다는 거죠. 그것은 중공업업체에 2조원이라는 추가 여신(대출)이 발생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은행들이 신용 라인을 추가로 제공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P :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외환시장의 다이내믹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 유익한 간담회인 것 같습니다. 현재 레벨은 분명 위기 수준의 환율같이 보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위기관리 및 대응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향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외환보유액 확충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뚱맞다는 분위기 속 잠시 정적이 흐른다.)
O : 사회자이지만 외환시장이 이렇게 혼란과 위기일 때 제 경험으로 느꼈던 반복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의견들을 나눌까 합니다. 첫째로, 외환보유액 숫자에 너무 집착하면… (O의 이야기 도중 정전으로 메타버스는 사라진다.)
(이성희 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