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업 조항'으로 금리 메리트↑…IFRS17·신사업 위한 선제 자본확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코리안리재보험이 이달 말 최대 2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갈수록 오르는 금리 시장 환경을 고려해 선제 자본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재보험은 이달 20일께 1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2천억 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이 맡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연장이 가능한 30년물로 5년 후 콜옵션 조건을 붙였다.

무엇보다 스텝 업 조항을 둬 발행일로부터 10년 되는 날의 직후 영업일에 한 차례에 걸쳐 연 1%포인트(P)의 금리 조정이 가능하게 했다.

스텝 업 조항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건이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에 주로 붙는 탓에 금융사의 자본증권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돼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도입되는 킥스 체제에서는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스텝 업 조항이 금지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 가산이나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옵션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에 이번 코리안리재보험의 신종자본증권은 스텝 업 조항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발행의 희망 금리 밴드 상단은 6% 중반에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발행에 성공한 신한은행의 금리가 5.7% 수준이었던데다, 조만간 수요예측을 앞둔 우리금융지주의 희망 금리 밴드 상단이 6%로 형성된 만큼 6% 중반의 금리는 기관과 리테일의 수요에 충분히 부합하리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코리안리재보험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얼마 전 2천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재발행에 나서며 올해만 4천억 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을 추진하게 됐다.

업계에선 코리안리재보험이 내년 도입되는 IFRS17과 킥스 등 규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신규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선제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리안리재보험의 당기순이익은 6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가량 급감했다. 유럽의 겨울 폭풍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등 예기치 못한 국내외 자연재해 여파가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해외 수재 등은 포화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금리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수단을 고민하는 보험사들 사이에서 공동 재보험이 주목받고 있어 신사업 역량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갈수록 세계 재보험 시장 내 요율 인상이 불가피한데다 늘어나는 자연재해 리스크가 재보험 수요를 늘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국내 보험사의 현안인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180%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현재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고려하면 최소 1천억 원가량의 자본이 늘어날 경우 RBC는 6%P가량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의 자본증권이 미매각 된 사례가 많았지만, 코리안리의 경우 배당 가능 재원을 비롯해 신용등급 등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곳"이라며 "규제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스텝 업 조항이 있는 데다, 발행 금리가 6% 중반에 형성된다면 주문 수요는 넉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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