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오는 12월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 등 거시경제 여건이 이런 속도 조절론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관건은 역시 인플레이션의 본격적인 하락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점점 커지는 12월 속도 조절론
근래 들어 연준 인사의 발언에서 '일시 정지'에 대한 언급이 잦아졌다. 연준의 금리 인상의 실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월 금리 인상폭 조절 가능성을 제기하며 속도 조절론은 대폭 확산했다.

WSJ은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75bp 금리를 인상하고 12월에는 인상 속도 조절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했다.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배경은 과도한 통화긴축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미국 국채시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주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에 이어 가장 강력한 경기 예측 지표로 꼽히는 구간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피 수석 전략가는 "어떤 것도 신성불가침은 아니지만,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은 매우 강력한 예측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책임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궁극적으로 정부 부채의 비용을 키운다.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가 부채 규모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31조 달러를 넘어섰다.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 막대한 부채를 쌓은 미국 정부가 계획하지 않았던 이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피터슨파운데이션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10년간 연방 정부의 이자 부담이 1조 달러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될 뿐 아니라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영국 국채시장이 요동친 것은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이 부채를 통제하리란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미국이 126.7%(지난 2분기 말 기준)로 영국의 99.6%(지난 1분기 말 기준)보다 높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 6월부터 금리를 50bp씩 올리다 10월 들어 25bp로 인상폭을 줄였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지난 7월 깜짝 100bp 금리 인상과 9월 75bp 자이언트 인상을 이어오다 이달 50bp로 인상폭을 축소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개월 연속 75bp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도 향후 인상폭 축소를 시사했다.

◇ 현실화 가능성은?
관건은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보다 직접적인 징후를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그런 신호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6%로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다. 높은 수준에서 굳어질 조짐도 보인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시장의 예상과 비슷하게 올랐다. 9월 근원 PCE는 5.1%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 5.2% 상승을 다소 밑돌았으나 전월의 4.9% 상승은 웃돌았다.

시장은 앞으로 4개월 정도 뒤에는 개선된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겠지만 뚜렷한 둔화세를 시사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참가자들의 관측이다.

시장은 11월 75bp 금리 인상 뒤에 12월에는 50bp 인상, 내년 2월에는 25bp 인상을 한 뒤 일시 중지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주말 기준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내년 3월 기준금리 수준이 4.75~5.0%일 확률과 4.50~4.75%일 확률을 각각 40%와 20% 근처로 반영했다.

3월 기준금리가 지금부터 총 150bp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보고 있지만, 여전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총 175bp 인상될 확률을 더욱더 크게 베팅하고 있다.

경제지 포브스는 "궁극적으로 금리 인상의 중단 결정은 연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하락하고 있다는 일부 징후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불행하게도 이번에 나올 11월 CPI는 전월 대비 0.8% 오르며 그런 위안을 제공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연준이 내년 금리를 결정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물가 지표 발표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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