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2026년까지 연평균 20조원을 투자하겠다던 LG그룹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성장세가 뚜렷한 배터리, 전장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되, 수익이 정체된 부문은 계획을 재정비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약 20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중 LG전자는 상반기에만 약 2조원,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5조원을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연초 4조5천669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가장 역점을 둔 사업부는 가전을 담당하는 H&A부서와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이었다.

계획된 투자 금액은 각각 8천619억원과 6천881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전체 설비 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40%에 육박했다.

당초 H&A에 가장 많은 금액을 예정했던 이유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사업 역시 프리미엄 가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VS사업본부 투자 금액도 2021년 대비 50% 이상 늘리는 등 사업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가전 및 TV 수요가 침체함에 따라 LG그룹 입장에서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계획대로라면 하반기에만 2조6천억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기존 전망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시장 상황에 부문별 투자 금액도 변동될 공산이 크다.

H&A사업부의 매출은 3분기 기준 7조4천730억원, 영업이익은 2천280억원에 그쳤는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난 수준이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HE 사업부는 2분기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LG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초 계획한 설비투자(CAPEX)는 유사한 수준으로 연말까지 진행할 것"이라면서 "급하지 않은 투자는 최소화하고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에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혀 투자 계획을 어느 정도 수정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TV 수요 침체에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연간 투자 금액을 감가상각비 수준으로 맞추며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기도 하다.

당초 연간 2조원 규모의 투자가 전망됐던 배터리 분야에는 폭발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중 신설 및 증설에 2조7천억원을 집행한 바 있으며 오창 공장에도 7천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지난 8월에도 일본 혼다와 합작법인(JV) 설립에 2조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어 추가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께 투자비 급증과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로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 주지사가 직접 찾는 등 물밑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투자 계획 수정 관련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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