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원화 자금시장에 유동성 경색이 찾아오면서 금융당국이 해결책 중 하나로 금융사 외화채 발행 확대를 꺼내 들었습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면서 업계 숙원 사업을 동시에 해결할지 관심이 크지만 일각에선 대외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2꼭지에 걸쳐 정부와 학계, 시장 관계자들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사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 방침을 두고 전문가와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취지에 동감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해외 발행시장도 여건이 악화하는 만큼 조달 비용이나 만기 구조 등에서 적정한 수요를 확보하는 일이 관건으로 꼽힌다.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원화채보다 외화채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금융사 외화채 발행 확대…자금시장·환율 안정에 도움 평가
2일 학계 경제전문가는 금융사의 외화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도모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지금의 단기자금 경색과 환율 상승 압력을 동시에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채가 늘어날수록 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환율 안정 효과를 생각할 때 상·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화채로 인한 건전성 문제는 먼저 해외투자자들이 일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며 "우리 경제는 달러가 부족한 상황으로, 자금시장과 환율 안정에 이중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환율이 너무 올라서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적정 만기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올해 2분기 말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외환보유액)은 41.9%를 기록해 3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10년간 분기 평균인 33.8%를 상회하는 만큼, 향후 외화채 발행 확대는 차환 부담을 고려해 적정 만기를 설정할 필요가 있어서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외화채 만기가 짧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만약 3년 이상 중장기로 발행한다면 환율이 진정된다면 전제하에 상당히 매력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만약 신흥국에서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면, 국내 시장에도 위험 전이가 가능하다"며 "지금 달러를 미리 확보하는 편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외화채 발행까지 중소 금융사는 '큰산'…흥국생명 콜옵션 사태까지
당국이 외화채 발행 확대를 시사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기대효과는 다소 온도 차가 감지된다.

우선 국내만큼이나 해외시장 발행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네 차례 연속 75bp 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 속도조절 가능성이 나오지만, 긴축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국채시장은 고강도 긴축의 과정에서 유동성 우려까지 마주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해외 채권시장도 지난 8월과 대비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아무래도 조달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만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전년 대비 공모채 발행시장이 어려워진 건 맞다"며 "그래도 외화채는 원화 대비해 가격을 조금 더 주면 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화채 발행까지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와 수요 조사를 위해 수개월에 걸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소형 금융사는 신용등급이나 트랙 레코드가 마땅치 않은 만큼 조달 비용 등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지도가 크고, 외국계 은행과 거래를 많이 하는 경우라면 외화채 발행이 원활할 수 있다"며 "중소형사는 앤드 수요를 파악하기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긴박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 외화채를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원화와 외화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전일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초 상환 계획을 밝혔지만,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사의 관계자는 "원래 콜옵션이 들어가 있으면, 확약처럼 행사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룰을 깨뜨렸다"며 "담당자의 실수를 제외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외화 카드채 등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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