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인플레이션은 40여 년 만에 최고로 상승했고,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짧은 기간 동안 유례없는 속도로 인상했다. 고금리와 달러 강세부터 유럽에서의 전쟁, 미·중 갈등과 같은 소위 신냉전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일이 있었다. 금융시장 요동이 불가피했으며, 그만큼 투자자들의 한숨도 컸던 한 해였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2023년 새해가 밝는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클 만도 한데, 오히려 우려가 더 크다. 새해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2023년의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이나 신흥시장국 모두 성장세 약화가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은 2022년의 정책금리 인상 여파로 2023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은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미국과 유럽의 부진은 신흥시장국, 특히 상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들의 성장세를 제약할 것이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며 경기회복 기대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는 코로나 방역 완화조치로 인한 코로나 재확산과 확진자 증가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크나, 부동산 부문의 지속적인 부진과 미·중 갈등 심화 등은 중국경제의 하방 리스크다.

중국이 코로나 규제를 완화하며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상품생산 증가와 공급망 차질 해소를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생산 증가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더 강화하거나 더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위기 이후 리쇼어링과 아세안 및 인도 등으로의 글로벌 밸류체인 조정 등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글로벌 공급망이나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같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2.7% 내외의 성장세가 2023년에는 1%대 중반 혹은 그 아래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와 글로벌 경기둔화는 각각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을 위축시켜 2023년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슬로건인 정책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은 코로나 위기 이후 크게 증가한 가계 및 기업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는 주택가격의 큰 폭 하락과 기업들의 신용리스크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 경기둔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국의 전국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3년에는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2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경제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것은 주택이라는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더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뿐만 아니라, 거래량 감소로 이사가 줄면서 내구재 소비도 추가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은 부동산 경기를 더욱 위축시켜 최근 문제가 되는 단기자금시장이나 회사채시장의 회복을 더욱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의 2023년 전망은 이처럼 그리 밝지 못하다. 최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0월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2년 3.2%에서 2023년에 2.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그의 언급은 내년 1월의 수정 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에서의 전쟁과 높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통화정책의 여파에 따른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동시다발적인 경기둔화가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지목됐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의 우려처럼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한다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성장세 약화와 더불어 금융 불안이 심화되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과거 세계 경제가 2% 미만의 경제 성장세를 보였던 때는 총 네 번이 있다. 1981년과 1982년에는 지금과 같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과도하게 통화 긴축을 했는데, 그 결과 심각한 경기 위축이 발생했다. 그 외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9년, 코로나 위기가 있었던 2020년이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변이바이러스는 여전히 확산 중이며, 인플레이션 또한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긴축적 통화정책 기간이 연장되며 경기침체와 금융불안, 금융위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양호한 고용시장과 둔화되는 인플레이션, 시장금리의 하락과 달러 강세 약화 등에 따른 금융 여건의 개선으로 경기둔화 심화나 경기침체를 비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경제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연속해 인상한 이후 거의 대부분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기억하자.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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