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증시 위축과 금리 급등 등 증권업을 둘러싼 사업환경 악화로 올해 증권사 실적은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운 금융시장 환경에서 대다수가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 가운데서도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실적을 방어하며 눈길을 끌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PF 대란에서 살아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이 5천5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하나·신한·메리츠·키움증권 등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올해 3분기까지 총 3조8천4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그 결과 '1등' 증권사로 등극, 증권사 순익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최근 5년간 연간 당기순이익 1위 자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간의 싸움이었다.

시장에선 메리츠증권이 레고랜드 사태 발 부동산PF 대란을 어떻게 피해갔는지 궁금해했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본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88%로 가장 큰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대부분을 선순위로 구성하며 부동산 가치 하락세에서 살아남았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에서 선순위·단일순위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다.

또, 채권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운용수익을 방어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채권평가손실을 대거 냈던 올해 시장에서 살아남기도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보유 채권 잔액은 총 10조6천19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4조2천억원 줄었다.

메리츠증권이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비중을 줄일 수 있었던 건 리테일 부문이 영업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단 9% 수준인 덕분이다.

리테일 부문이 큰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형펀드 등을 판매한 규모와 비례하는 채권을 필수적으로 보유해놔야 해서 채권 규모를 유연하게 줄이기 어렵다.

메리츠증권은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을 통해 채권운용손실에 대응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 채권 축소하고 IB 버티고

현대차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익이 절반 이상 깎인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그 결과 중·소형 증권사 중 순익 순위가 대신증권 다음인 '2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까지만 해도 9번째 순서였다.

올해 현대차증권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라는 장점이 유난히 돋보였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계열사 물량 인수 등으로 증권업계 퇴직연금 1위를 차지하며, 올해 3분기 영업순이익이 22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IB 부문에서는 올해 3분기 영업순이익이 1천3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계열사 발행 유가증권 인수·주선 등이 수익기반을 지지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두 차례 물류센터 매각에 성공한 점도 IB 실적을 뒷받침했다.

채권 운용 규모를 줄이며 채권평가손실을 방어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의 증권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채권 잔액은 3조2천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천835억원 감소했다. 채권 순매도 규모가 16조원에 달했다.

파생결합증권을 전액 백투백 헤지로 운영하는 등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손실 부담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발행한 파생결합증권과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를 없애는 방식이다.

◇내년에도 선방 이어질까…부동산 부담 여전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편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우려가 남아있다.

메리츠증권은 전체 우발부채 및 대출금 중 해외대체투자 비중이 30% 내외인 점이 부담 요인이다. 올해 고정이하자산비율이 개선됐지만, 부실화된 해외 고액 투자자산이 회수된 영향이었다.

현대차증권은 부동산금융 구성에서 지방 소재 사업장에 대한 후순위대출·브릿지론 등 고위험성자산 비중이 높다. 올해 9월 말 기준 중·후순위·에쿼티 약정 비중이 78.8%, 브릿지론 비중이 27.3%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자체헤지 주가연계증권(ELS) 위주로 파생결합증권 익스포저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른 이익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자체헤지 비보장 파생결합증권 규모가 올해 9월 말 기준 1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4천억원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메리츠증권은 우발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과거 대비 브릿지론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비중이 높아진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현대차증권도 부동산 경기 영향 등으로 IB 부문의 영업실적이 현재보다 위축되고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에 따른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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