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집값 추가 하락 전망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의 변수로는 여전히 금리 인상이 꼽힌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물가상승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금융당국의 관리에 따라 주택 등 부동산 담보대출금리의 변동성은 줄겠지만, 금리 인상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심리적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주택시장은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했다. '절벽' 수준의 거래량 감소가 분석을 어렵게 하지만, 서울 강남권까지 아파트 급매물 거래 사례가 신고되고 실거래가 하락폭을 기준으로 보자면 사실상 이미 경착륙에 가깝다. 기존주택 거래시장에 이어 신규아파트 청약시장의 경쟁률 둔화와 미분양 리스크가 확산돼 전방위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건설공급시장의 자금경색 우려도 최고조에 달했다. 주택·건설시장의 경착륙 위기가 내년 상반기 고조될 전망이며, 추가 급랭과 장기 하락장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

이에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춰주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재개를 통해 아파트 투자 거래를 유도할 계획이다. 270만호 대규모 공급계획은 조정될 전망이고,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에 남아있는 규제지역도 추가 해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입법예고와 재초환(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국회 논의를 통해 재건축 규제 완화도 이어간다.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난 4분기 이후 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추가 집값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리 변동성과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하고, 미국발 금리 인상이 멈춘 후에도 한동안 뉴노멀 고금리를 직면해야 한다. 경기침체까지 더해진다면 자산시장 전반의 장기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둔화에 따라 수요자들은 집값 버블을 경계하고 있으며,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수요시장이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집값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주택 수급과 전세 불안이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방 도시의 경우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소득 대비 집값은 급등한 상태이고, 늘어난 착공량은 급증한 아파트 입주 물량으로 돌아온다. 연내 급락세를 보인 광역도시 중에서 2023~2024년 입주 물량이 과도한 곳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고, 상대적으로 하락 조정이 뚜렷하지 않았던 지방 도시들은 올해보다 내년 하락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역전세난에 역월세 현상까지 불거졌던 아파트 전세시장의 경우, 전세보증금 대출금리가 안정되고 월세 부담이 커져 전세수요가 다시 전환되기 전까지는 약세가 이어질 수 있고 전세 불안은 집값 하락을 뒷받침하게 된다. 아파트 전세 거래가 늘어나고 전셋값이 안정을 찾아야 집값 하락도 진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 내 집 마련해도 되나

서울 주요 지역의 급매물 신고사례를 보면 거래 가격은 전고점 대비 30%가량 급락했다. 원하는 거주지역, 관심 단지의 급매물이라면 내 집 마련을 시도해 볼 만하다. 절박한 거래량을 무시한다면 올해 이미 상당한 가격 급락이 나타났고 충분히 매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올해보다 내년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곳들이 우려돼 적정가격과 진입 시점을 판단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또한 고금리 부담은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어서 자금 마련과 이자 부담을 고려하는 건 필수사항이다. 급매물 투자 외에도 경매나 미분양 등 저평가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추가적인 집값 하락 이후에도 반등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고 'L'자형의 약세장 장기화 가능성도 높은 만큼, 실거주를 기반으로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아온다.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계묘년'의 뜻처럼 영리한 도약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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