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물가에서 경기로 통화정책의 방점이 이동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우려에는 올해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일으킨 부동산 시장도 불안 문제도 포함된다. 또 1,400원 대로 올랐던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도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3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현재 채권시장의 내년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에 대한 컨센서스는 3.5%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3.5%까지의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식이 같은 셈인데 그 이후의 사이클은 동결과 인하로 갈리는 분위기다.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은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포커스가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와 물가가 동시에 하강하면서 물가에 대한 걱정을 일부 덜게 된다면 내년 하반기쯤에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1.7%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전망 2.1%에서 0.4%포인트나 낮춘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을 1.6%로 보고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 등 2%가 넘는 전망을 한 곳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가 2% 미만의 성장률을 보인 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확산한 2020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정도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컨센서스가 2%를 하회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1.7%를 제시했다"며 "국내 총수요 항목들이 이미 모두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비둘기파적인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4.8%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연간 기준으로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집값의 하락은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정부와 한은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반가운 현상이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이 확대하면서 단기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이어지고 건설업체의 도산 가능성까지 부각된다면 오히려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손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올해 하반기 채권시장이 홍역을 치렀던 레고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노무라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침체의 가능성과 금융 불안 확대로 한국은행이 이르면 내년 5월에 25bp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한국은행 빅스텝(50bp)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되기도 했던 달러-원 환율은 어느새 1,400원대에서 1,200원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환율의 안정은 한은이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다소 수정해 국내 경기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환율의 물가 전가력은 높지 않다"며 "한국수입물가 상승률은 계약통화와 달러 기준으로는 2021년 10월 피크 아웃(peak out)했고, 원화 기준으로도 2022년 5월 이후 피크아웃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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