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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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자본시장 경색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기업들이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다.

조달 창구 다변화를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5일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총 800억원 규모의 장기 CP를 발행한다.

할인율은 2년물이 5.414%, 3년물 5.428%로 책정됐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면세상품 구매대금 지급과 기업어음, 차입금 등의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

대표 주관과 인수 업무는 KB증권이 맡았고, 하이투자증권도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하나카드도 오는 28일 장기 CP를 발행한다.

2년물 600억원이며, 할인율은 5.322%로 잠정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가맹점 대금 지급에 사용한다.

대표 주관은 한양증권이 맡았고, BNK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기업들이 연초부터 이처럼 장기 CP 발행에 나서는 것은 회사채와 함께 CP 발행을 병행하는 등 조달 창구를 다변화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미매각 부담이 없다.

자금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기 1년 이상의 장기물로 발행할 경우 일반적인 CP와 달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보호예수 1년 등 전매제한 조처를 하면 면제된다.

주로 수요 예측을 통한 공모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발행해왔지만, 지난해 금리인상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은 장기 CP 발행으로 실리를 택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SK가 창사 이래 최초로 총 2천억원 장기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장기 CP 발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CP 발행 잔액 114조4천700억원 중 중 1년 이상 CP는 31조6천600억원으로 27.7%에 달했다.

다만 장기 CP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신용평가 기능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상 CP는 단기금융증권으로 분류되며,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1년 이상의 CP 발행은 금지돼 있다.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할 경우 단기등급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신용평가사들은 발행사 신용등급을 책정할 때 회사채에는 장기등급을, CP에는 단기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장기 CP 발행은 현재까지는 주로 롯데그룹과 카드사에 몰려 있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요처 역시 일부 증권사의 신탁계정에 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CP의 과도한 확대는 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직은 발행처와 수요처 모두 아직 한정돼 있어 시장의 신용평가 기능을 왜곡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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