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투자심리 위축 등 시장 악화에 영향을 받아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가 결국 상장 여정을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기에 IPO를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불황기가 언제쯤 풀릴지 미지수라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부담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올해도 투심 회복 더뎌…끝내 상장 포기

케이뱅크는 2일 입장문을 내고 "투자심리 위축 등의 상황을 고려해 상장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20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적절한 상장 시기를 검토해왔지만, 끝내 포기하고 만 것이다.

당초 이르면 지난해 연말에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가고, IPO 시장의 '대어'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완료 시점을 올해 1월로 미루기도 했다. 특히 당시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추락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 들어서도 투심 회복은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케이뱅크의 상장 시기 확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시장 악화를 이유로 상장 연기를 결정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4일 컬리는 IPO 연기를 결정했고, 골프존카운티, 11번가 등 기업들도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 케이뱅크도 지난달부터 상장 일정을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135일 룰'의 마감일인 지난달 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IPO 일정을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135일 룰'은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할 경우 해외투자설명서(OC)에 포함되는 결산자료의 기준일로부터 135일 이내에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 룰에 따라 케이뱅크는 2월 중순까지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일정을 완료해야 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역산하면 사실상 지난달 6일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유치 없이는 케이뱅크의 조단위 공모를 사실상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는 판단이었다.

◇ 적기에 상장 재추진한다는데…FI 기다려줄까

앞으로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IPO를 지속적으로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케이뱅크는 성공적으로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큰 부담을 지게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1조2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참여해 7천250억원을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콜옵션' 계약이 붙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IPO가 오는 2026년까지 이뤄지지 못할 경우, FI들이 이를 행사한다면 비씨카드가 그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비씨카드로서는 이같은 막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기한 내에 상장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엑시트가 주 목적인 FI의 특성상 케이뱅크의 상장 재추진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후에 상장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FI의 주당 납입가격인 6천500원보다 공모가가 낮은 가격에 형성될 경우 FI 측의 환매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당시보다 몸값이 낮아진 상황에서 FI들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공모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지속 준비해 적기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케이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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