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접근성 제약에 경제 발전 정체…"이제 바꿀 때"
"국내 기관 중심으로…외환시장 개방·경쟁적 구조 전환"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외환당국이 수십 년 만에 낡은 외환시장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수준의 접근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7일 밝혔다.

이날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우리 외환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었다"며 "수십 년 동안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로, 낡고 좁은 도로 체제를 계속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며 외환시장 구조 개선 의지를 전했다.

김 차관보는 금융을 혈맥에 비유하면서 우리 경제에서 자금이 움직이는 길로, 외환을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로 각각 빗대어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부는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보는 환시의 접근성 제약으로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달러와 유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는 역외에서 자유롭게 24시간 거래되면서 자유로운 시장 구조를 뒷받침한다고 부연했다.

김 차관보는 해외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불편 사항을 ▲역외거래 불가능 ▲해외에 있는 외국 금융기관의 직접 참여 제한 ▲거래시간 한정 등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원화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차관보는 대외 부문 건전성과 기술 발전을 발판으로 외환시장 접근성을 한층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확충과 민간대외자산 확대 등으로 외부 충격에 대비한 충분한 대응 역량을 확보한 만큼 시장 개방에도 변동성 확대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자거래 보편화로 역외 원화시장을 허용하지 않는 가운데 물리적 제약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차관보는 "이러한 정책여건 변화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우리 외환시장 접근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대외안정성을 함께 고려하여, 당국과 시장의 규율에서 벗어나는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원화거래 허용 대신,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참여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시장 인프라 확충 등을 구체적 과제로 제시했다.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은 추진된다. 향후 공론화 과정과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쳐 논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김 차관보는 "국내 금융기관이 원화 거래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견조한 대외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완 방안도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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