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0년물 입찰에 상당한 자금이 몰렸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와 실수요 기반 약화라는 부담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플래트닝(기간별 수익률 곡선 평탄화)이 대세라는 인식 속에 베팅이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 제기된다.

7일 연합인포맥스 국채추가발행 현황(화면번호 4516)에 따르면 전 거래일 진행된 국채 30년물 입찰에는 총 8조9천700억원이 응찰했다. 현재 지표물인 22-9호에 5조2천770억원, 다음달 발행 예정인 23-2호에 3조6천930억원씩이다. 30년물에 응찰한 총금액으로 따지면 작년 6월 27일(9조1천200억원)에 이어 약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새 물건인 23-2호에 대한 관심이다. 1조2천억원 발행 예정에 세 배 넘는 응찰이 들어와 응찰률이 307.8%를 기록했다. 신규 30년물에 대한 선매출 응찰률로는 2017년 이후 가장 높다. 응찰금액으로는 단연 역대 최대다.
 

 


이번주 첫 거래일부터 서울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로 글로벌 채권 약세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10bp 이상 급등하는 등 자본손실의 피해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초장기물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뜻이다. 전월 대비 5천억원 늘어난 물량은 오히려 늘어난 수요를 맞추는 역할을 하게 됐다.

초장기물의 실수요이자 장기투자기관인 기금·보험의 새 물건 보유 비율이 낮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기금과 보험은 전 거래일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일중 순매수(1조3천578억원)를 나타냈지만, 23-2호는 1천620억원만 사들였다.

30년물 국채에 대한 기금·보험의 보유 비율은 보통 60% 내외다. 전 거래일에 23-2호는 13.5%뿐이다. 작년 8월 선매출 당일에 21.6%, 작년 2월 선매출 때 28.36%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장기투자기관들이 일정 비율만큼 초장기물을 담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기관별 자금 소요와 금리,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처음에 가져간 물량이 적은 만큼 소강상태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30년물 입찰은 시장 금리 대비 강하게 됐는데, 실수요인 장기투자기관이나 은행권, 외국인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증권사들의 보유 물량이 결정될 것"이라며 "외국인의 최근 부진한 매수 움직임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증권사 물량이 많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결국 커브 플래트닝 전망에서 30년물 국채에 대한 수급 변화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시장 약세에서도 30년물이 버티는 등 강세 베팅이 꾸준한 것 같다"며 "30년물 새 지표물의 잔고가 많아지기 전에 도비시한 재료가 출현하면 매수가 쏠리는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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