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속행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회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부당 합병,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9 hihong@yna.co.kr


이재용 회장의 경우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어 등기 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로서 져야 할 책임을 일정 부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4일 삼성전자는 다음달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안건이 상정된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 임원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데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된다.

이재용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횡령과 배임 혐의로 2년 7개월의 수감 생활 중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고서 이듬해 SK그룹 등기 이사로 복귀했다.

당시 SK그룹은 책임 경영 강화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 회장을 지주사 등기 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미등기 임원이지만 총수로서 사실상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총괄하기 때문에 굳이 등기 임원이 될 이유는 없다"며 "여전히 남아있는 재판들도 오히려 등기 임원일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회장의 등기 임원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4대 기업 총수는 이재용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기 임원으로서 책임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등기 임원은 회사의 사업적 의사 결정은 물론 주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하는 '무게'가 있다. 예컨대 회사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 주주는 등기 임원과 이사회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재용 회장이 사실상 총수로서 삼성을 대표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고는 하나, 미등기 임원으로는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에 이 회장이 등기 임원에 선임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과 삼성 일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되, 전문경영인을 두고 감독하는 방식이다.

앞서 법적 이슈를 해소하고 다시 등기 임원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전 사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이사회 의장을 최 회장이 아닌 계열사 대표가 맡는다. 총수의 입김을 최소로 하기 위해서다. 또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대표이사 평가와 선임, 해임 제안 권한도 부여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에서 사외 이사 비중을 70%로 유지함으로써 독립성을 강화해 거버넌스 신뢰도 제고에 힘을 쓰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 자문사 관계자는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총수직을 유지하는 것은 경영적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미다"며 "법적 책임에서 면피를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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