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삼성전자 입장에서 자회사로부터 금전 대여는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로, 형태는 차입이지만 사실상 '곳간 풀기'다.
 

이재용 회장,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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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연 이자율 4.6%로 20조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차입 기간은 이달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며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무차입 경영'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 전대미문의 금전 거래로 보이나, 재무적 부담이 가장 적은 수를 고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특수관계인'이다.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현금과 영업이익 등이 지분율과 연동해 반영되어 있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돈을 빌린 것과 마찬가지다. 가족 간 차용을 할 때와 같은 이율이 적용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행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의 금전 대여 시 이자율은 4.6%로 정해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차입으로 연간 9천600억원이라는 막대한 이자를 납부하게 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6조9천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에 납부하는 이자 비용 역시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외이익으로 잡히게 된다.

삼성전자만 따로 놓고 보면 부채 비율은 40%까지 오를 수 있으나, 연결 기준 재무제표로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00조원이 넘는다는 것도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해외 법인 자회사 등에 분산된 자금이다"며 "해외 법인 자금을 가져올 경우 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국내 자회사 중 곳간이 두둑한 곳에서 먼저 돈을 푼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계 업계 관계자도 "자산과 부채 모두 상계되기 때문에 부채 비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약정 이자만 제대로 지급하면 문제 될 것이 없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조달한 20조원으로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만 사상 최대 수준인 53조1천억원을 집행했다. 이 중 47조9천억원이 반도체 투자 금액이다.

올해도 당장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평택 P4 등에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메모리는 미래 수요 대비 및 기술 리더십 지속 강화를 위한 중장기 차원의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회사에서 차입을 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반도체 투자를 늦추지 않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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