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풍부한 개인(리테일) 투자자 수요에 힘입어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는데, JB금융지주만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JB금융 신종자본증권 올해 첫 미매각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B금융은 전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1천5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단 1천2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48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JB금융지주는 수요예측 시 제시한 공모희망금리의 최상단인 연 5.80%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게 됐다.

미매각 난 480억원은 인수단인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가 인수해서 기관투자자 또는 전문투자자에게 매도(셀다운)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지방은행계'라는 한계…극복 못 했다

시장에서는 J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미매각 소식에 놀랐다.

올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이들을 주요 투자자층으로 삼고 있는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다.

이에 JB금융도 흥행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미매각이 발생하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면서도 JB금융지주의 미매각은 '당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종자본증권의 주요 투자자인 개인투자자들이 상환순위가 후후순위로 밀리는 신종자본증권을 기꺼이 담는 이유는 발행회사의 신용도를 믿기 때문이다. 시중금융지주들은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방금융지주인 JB금융지주는 신용등급이 'AA+'에 그친다. 특히 인지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방금융지주는 시중금융지주와 비교해 매력도가 떨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지주는 1천500억원을 자신 있게 하기 어렵다"며 "DGB대구은행처럼 1천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다음에 증액했다면 그림이 좋았겠지만, JB금융이 1천500억원은 꼭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 같다"고 바라봤다.

JB금융 신종자본증권은 'A+'급 회사채라는 신용등급 차원의 한계도 지적됐다.

앞서 시중금융지주가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뿐만 아니라 JB금융 같은 지방금융지주 은행 계열사인 대구은행 신종자본증권도 신용등급은 'AA-'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얼어붙었던 채권시장이 올해 들어 더블A 등급까지는 온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싱글A 등급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차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 계열사인 SK케미칼, SK에코플랜트 등 회사채는 싱글A 등급을 달고도 회사채 수요예측에 성공했는데, 효성화학은 인수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해 전량 미매각됐다.

채권시장 흐름도 우호적이지 못했다.

이번주 들어서 크레디트 매수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이달 국고채 금리가 26.3bp 튀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크레디트 채권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시기상으로 연초 효과가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특히 은행채와 공사채가 많이 식었다"며 "발행시장을 보면 A급 중에서 잘 되는 곳들은 대기업 계열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연 5.8% 매력적 금리…셀다운 문제없다

JB금융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매각에 실패하면서, 미매각분은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다. 하지만 셀다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480억원이라는 규모는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규모"라며 "연 5.8%라는 금리도 요즘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셀다운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중은행 신종자본증권 수요에 지장을 주는 이벤트도 아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KB국민은행이 최대 5천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27일 최대 4천억원 규모로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다. IBK기업은행도 최대 6천억원 규모로 발행하기 위해 이달 말 수요예측(북빌딩)에 들어간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는 절반 이상이 리테일로, 리테일은 인지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방은행 계열 지주라는 한계로 외면받은 것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수요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B금융그룹
[J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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