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칼럼에서 일관된 초점은 한국이 과연 참된 경제부국으로 될까 하는 것이다. 이런 도상에서 당면한 국가적 과제인 지속적인 부와 소득의 양극화, 재앙적인 초저출생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을 집중해 다루어 왔다. 시대적인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와 관련해 실패를 거듭한 지난 정부들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정 운용과 세제를 제대로 개혁하여 재정수입을 보다 견실하게 하고, 이 토대에서 적극적이고 적절한 재정투입을 통해 양극화를 혁신하고 초저출생률 위기의 극복이 시작되기를 희망해왔다. 이제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가는 시점에서 초저출생률 문제에 대하여 먼저 논하고자 한다.

현실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조만간 2022년 수치가 집계되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8명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하락하여 0.98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2020년 0.84, 그리고 2021년 0.81을 기록한다.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계속 하향하며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후에도 합계출산율의 하향 추세에는 변화가 없다.

출산율은 보통 연초에 높았다가 연말이 될수록 감소한다. 1년 중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나는 달은 1월이고, 가장 적은 아기가 태어나는 달은 12월인 경향이어서, 2~3분기 합계출산율은 연간 출산율의 가늠치가 된다. 2022년 1분기는 0.85, 2분기에 처음으로 0.8 이하로 떨어져서 0.75를 기록하고, 3분기에는 0.79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0.7명대 출산율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해 1~9월 출생아 수는 19만2천223명으로 1년 전(20만2천805명)보다 1만582명 감소했다. 이 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도 통계 작성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5천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는데, 2022년 출생아 수는 23만명 아래로 최저치를 경신할 예정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70만명을 넘었다가, 2000년 64만명으로 하락했다. 2000~2021년 22년 동안 무려 65% 추락한 것으로 경이로운 대폭락이다.

이러한 초저출생률이 의미하는 국가 미래는 어떨까. 이런 급격한 연간 출생아 수의 감소와 인구의 노령화가 제로성장 수준을 넘어 심지어 마이너스성장이 지속되는 국가 위기를 초래한다는 논거는 이제는 상식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초저출생률이 지속되면 한국은 대학 고등교육 시스템의 붕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고등교육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한국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인적자본이 쇠락하는 늪에 빠지며 결국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된다.

현재 전국의 대학입학정원은 총 47만2천명이다. 이 중 서울 8만7천명(18.5%), 경기·인천 9만8천명(20.7%)으로 수도권 대학입학정원이 약 40%(18만5천명)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약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대학 진학률은 40~50%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향후 60%를 유지한다는 낙관적 희망에서조차 대학진학 학령 학생 수는 2035년경부터 약 15만명 내외로 추락할 전망이다. 10년 이후부터는 현재 전국의 대학교 중에서 거의 70% 정도가 문을 닫아야 하고 심지어 수도권 대학교들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이는 대학 고등교육업계에서 20만~30만명의 심각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아마도 주식시장도 폭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고사하고 비슷한 수준의 나라조차 없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인 1.59명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는 형국은 국가 위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게 한다. 출산율 하락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 확산 2년째를 맞은 2021년, 미국과 유럽 국가의 출산율은 오히려 회복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과 이탈리아인데 이탈리아와 일본의 출산율은 각각 1.24명과 1.3명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걱정하고 있는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초저출생률 현상은 경제·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문제이다. 특히 그 근저에 양극화라는 암적인 요인이 있다. 즉, 출산율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출산의 주체가 돼야 할 청년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을 더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비용이 부담스러워 자녀 낳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본인과 배우자의 경제력인데, 근로자들의 경제 상황은 어둡기만 하고 양육비용에 대한 불안은 너무도 크다.

이런 국가 위기적 시대 과제에 대하여 도대체 이 나라의 정치권은 뭐 하고 있는가. 여야를 불문하고 어느 당이나 이런 국가 위기 과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정책제시는 고사하고, 제대로 토론해보는 것을 지난 1년 동안 들어본 적이 없다. 이기적 집단주의의 극심한 팽배로 인한 분열과 갈등에 찌들고 헤매고 있다. 올바른 가치나 철학은 중요하지 않다. 절대다수 국민을 위한 가치 추구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내 편 아니면 적이라고 하는 선 긋기만이 있을 뿐이다. 실로 온 나라가 어처구니없고 참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150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가파르게 하락하기만 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고, 관련 없는 예산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으며 사업 내용 변경으로 저출산 예산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한다. 2021년 저출산 대책에는 일반 산업기술인력 지원, 폐업 예정 소상공인 지원, 에코 스타트업 지원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웃음이 나올 뿐이다.

인구절벽이란 국가 위기의 본질에 대해서는 부와 소득의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악화 일변도로 진행되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양극화의 지속적인 악화는 희망을 불사르고 가난과 결핍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며 다음 세대에 대한 꿈을 사라지게 한다. 또한 엄청난 국가 예산 투입에 있어서도 구체적이며 근본적으로 보육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제거하는 실질적인 대책제시가 결여되어 오기만 했다. 당장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민 확대 정책을 대안으로 검토하자는 주장들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이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외교부 산하에 '이민청'을 신설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과연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가 되기 위해 어떤 정책 카드가 나와야 할까. 현재까지 출생 지원정책들의 문제점은 실질적인 임팩트 없이 모두 일회성, 단편적인 지원으로 추락하는 저출생률 추세를 반전하기 어렵다. 소득과 주거환경에 대한 불안, 육아에 대한 공포라는 암울한 늪에 빠져 있는 청년층이 결혼, 출산, 그리고 육아라는 책임을 결심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소득과 주거환경, 육아·보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즉,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부모급여'를 내세웠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매달 100만원씩 총 1천200만원의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정책실행에 들어가며, 올해 2월부터는 월 7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의 결정적인 한계는 '그럼 출산 후 12개월 이후에는 어쩌란 말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아무런 해답이 없다는 점이다. 출생 12개월 이후의 보육에 대한 걱정이 부모들에게, 특히 여성에게는 더더욱 중대하다.

이 점에서 사실 매우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공약이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실종되어 버렸는데, 그 연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3월 2일 마지막 3차 TV토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국가적 재앙인 저출생률 극복을 위해 세계 최고 출생률 3.2인 이스라엘 사례를 언급하며, "1년 6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주고,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보육에 대하여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급식을 포함 보육을 제공한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재정 재원으로서 방만하게 집행되어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운용을 혁신하여 15조원 정도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고, 이로 인해 보육과 급식 관련해 수십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다른 후보들은 매우 놀란 듯 아예 토론을 갑자기 다른 토픽으로 돌려버렸다.

국가 보육 지원이 이 정도는 되어야 2030세대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실질적인 보육을 국가가 전적으로 담당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보육은 교육부로 통합되어 실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그동안 시대에 뒤떨어져 낭비되고 있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운용을 혁신하고 여기에서 필요한 재정 재원을 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1971년에 제정된 교육예산법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그해에 걷히는 내국세의 11.8%로 정해져 있다가 지속적으로 상승되어 2020년에는 무려 20.79%로 걷히는 내국세에 자동연동 되어있다. 2000~2021년 기간 초중고 학생 수는 무려 32.7% 감소했으나, 이 교부금은 11조3천억원에서 53조5천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교부금은 2022년 교육부 예산 기준 89조6천억원의 70~80%를 차지하였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교부금은 연평균 6조원씩 이월·불용액이 발생하는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지방 교육재정 이월·불용액은 무려 31조원에 이른다.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초저출생률에 대한 정책으로 가장 위기 해결의 본질에 접근한 '국가보육제도'를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은 의아할 뿐이다.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초저출생 대응 공약을 철두철미하게 국가적 과제로서 정부가 실행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비전의 성공적 실행은 윤석열 정부를 성공으로 이끄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승훈 ㈜KCGI 파트너/글로벌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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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KCGI 파트너/글로벌부문 대표)
(이승훈 ㈜KCGI 파트너/글로벌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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