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이번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고채 10년 경과물을 1조원 넘게 사들여 눈길이 쏠린다.

서울 채권시장의 금리 동향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일부 외국계 기관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7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전체 장외채권 종목별 잔고(화면번호 4268)에 따르면 이번달(2월) 중 외국인 투자자는 오는 2032년 6월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03375-3206(22-5)를 1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1월) 말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의 22-5 보유 잔고가 2조2천420억원이었는데 전 거래일인 24일에는 3조2천444억원으로 1조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22-5가 경과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동향이다. 장내시장을 통해 매수할 수 있어 거래가 비교적 용이한 10년 만기 국고채 지표물(22-14)보다 경과물인 22-5을 매수하는 데 역량을 쏟은 것이어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22-14 잔고는 4천382억원 늘어난 수준이었다. 한 달 새 22-14 발행 잔액 자체가 2조원 넘게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잔고가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만큼 22-5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는 반증이다.

누가 왜 22-5에 관심을 두는 걸까. 연합인포맥스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외국계 기금 3~4곳이 이번달 들어 22-5를 번갈아 가며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계 기금들이 연초에 3개월~1년 만기 채권을 상당 규모 팔았는데, 그 와중에 서울 채권시장이 과도한 강세를 나타내면서 추가 매수하지 못 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금리가 일부 반등하면서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WGBI 편입이 올해 중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미리 중장기물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WGBI의 듀레이션(잔존만기)에 맞춰 자산을 운용해야 해 5~10년물 수요가 커질 것이 유력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WGBI 편입과 관련해 "3월 편입은 기술적·물리적으로 굉장히 촉박하다"며 "9월에라도 할 수 있으면 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9월 편입 가능성에 힘을 실은 상태다.

국고채 중장기물 중에서도 경과물의 경우 지표물보다 손쉽게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어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표물보다 경과물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강한 경우가 있다"면서 "경과물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지표물과 비슷한 지위를 가져가면서도 지표물보다 매수 동향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경과물을 대거 매수한 뒤에는 가격 장악력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게 된다"면서 "향후 채권을 매도할 때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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