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되풀이되는 건설사 회사채 수요예측을 둘러싼 시장의 논란을 들여다보고 나섰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마련된 지 10년, 시장에 관행이란 이름으로 통용되는 불공정을 손보고 제도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증권사 '빅5' 한자리에…IB업계 관행 뜯어고친다

7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일 국내 증권사들과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와 시장의 관행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해당 간담회에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의 발단은 최근 일어난 GS건설 회사채 사태다.

지난 2일 GS건설은 1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발행 규모를 2천5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당시 발행금리는 개별 민평금리에 140bp가 가산된 수준에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는 2천19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가산금리 밴드 최상단은 +170bp였고, 당초 예정했던 모집액 1천500억 원은 +140bp에서 채웠다. 최초 물량은 '-40 ~ +140bp' 구간에서 10여 곳의 투자자에게 배분됐다.

증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물량은 +140bp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써낸 일부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했지만, 발행사와 주관사가 이를 배제했다. 가산금리 밴드 범위 내 입찰이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여기에는 대형 자산운용사도 포함됐다. 증권사 리테일 물량도 있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발행사인 GS건설과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공모 회사채 시장의 질서를 교란했다는 논란이 터졌다. 결국 증액 발행은 철회됐고, GS건설은 당초 발행키로 했던 1천500억 원어치의 회사채만 찍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경기 추세와 맞물려 발행시장에서의 건설사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다. 정부가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도 큰데다, 건설사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기 회복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이 커서다.

특히 'A+(안정적)' 신용등급을 보유한 GS건설은 향후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행에 쏠린 눈이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사를 둘러싼 자금 경색 우려가 큰 상황에서 회사채 동향을 예의주시하던 찰나 GS건설 사태가 발생했다"며 "업계에서도 수요예측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줄곧 전해왔던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제도 개편 필요성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사태 되풀이…회사채 수요예측제도의 드러난 허점

건설사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IB업계에선 10년 전 현대건설 사태를 떠올린다.

2012년 10월 현대건설은 2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하며 희망금리밴드로 국고 5년물에 +40~50bp를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는 1천300억 원이 유입됐고, 희망금리밴드 내 들어온 유효수요는 400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현대건설과 주관사였던 KB증권은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건설 사태가 부채자본시장(DCM) 시장에서 여전히 회자하는 것은 그해 4월 금융당국이 수요예측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과거 회사채 시장은 수요예측 전 메신저로 사전 매수를 확약하고 형식적인 수요예측을 진행, 인수한 회사채를 발행가격보다 싸게 매각하는 행위가 빈번했다.

또한 최초 희망금리밴드 자체가 낮게, 즉 비싸게 제시되다 보니 희망금리밴드의 상단도 시장 수요에 의한 금리수준과 상당히 괴리되는 사례가 많았다. 결국 다수의 회사채가 희망금리밴드의 상단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되기 일쑤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조건 결정을 위해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하고 기관투자자들의 희망금리와 희망물량을 토대로 시장의 수요를 파악해 최종 발행조건을 결정하는 수요예측제도를 마련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를 활성화하고 공정한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을 마련해 회사채 발행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현대건설 사태는 수요예측제도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계기가 됐다. 희망금리밴드 내 유입된 유효수요 주문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임의로 배제하지 않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DCM 업계 임원은 "증액 발행을 철회한 의사결정 자체가 시장의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며 "법상 문제를 떠나 시장의 룰이라는 관점에서 관행이라는 범위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 치열해지는 발행시장을 생각하면 당국과 같은 심판자가 기준을 세워줄 필요도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
[촬영 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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