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황남경 기자 = GS건설 회사채 수요예측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법상 문제없는 시장의 관행이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발행사와 주관사의 명백한 잘못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발행사의 갑질, 주관사의 공격 영업…촌극이 발생했다

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일 금융투자협회와 5개 대형 증권사 IB 담당자들과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및 관행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연합인포맥스가 7일 송고한 '건설사 회사채 수요예측이 또…금융당국, 칼 뺐다' 제하의 기사 참고)

시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부채자본시장(DCM)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관계자들은 '발행사 우위 시장이 만든 촌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GS건설을 향한 비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얼어붙었던 발행시장은 연초 이후 온기를 찾는 듯했다. 특히 회사채는 연초부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5년물 기준 발행금리가 4%대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발행사 우위의 시장이었다. 발행사와 주관사 사이 권력의 무게 추는 발행사에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은 물론 딜을 수임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사의 요구를 무시하긴 쉽지 않다"며 "발행사의 최우선 목적은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있다. 유효수요와 금리와 관계없는 (발행사의) 요구 조건을 (주관사가) 들어주지 않기엔 모범규준은 그저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DCM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NH투자증권이 무리한 영업을 했다는 뜻이다. GS건설은 NH투자증권의 큰 손 고객이기도 하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한 기관투자자가 시스템 문제로 물량을 받아 가지 못했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 청약으로 해당 기관을 받아줄 수 있느냐"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CM 순위 경쟁을 두고 하우스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단골을 뺏기는 것은 자존심 문제"라며 "증권사 입장에선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발행사와 논의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했다고 항변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 김앤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몇 년 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 개정되면서 증권사들이 이를 느슨하게 적용할 소지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 컴플라이언스 논의만 거치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져서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외부 로펌의 경우 성격이 다 다르다. 의뢰한 사안을 광의로 해석해야 의뢰자의 운용 묘가 커지다 보니 여기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며 "외부 로펌의 의견서는 의뢰자 입장에서 일종의 면피인 셈"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 눈치 보는 금투협…소극적 대응 비판

업계에선 GS건설 사태를 계기로 수요예측 제도와 관련한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금투협의 '회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유효수요가 발행 예정 금액 이상일 경우, 해당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없다. 발행조건이 확정된 후 청약되지 않은 물량이 있는 게 아니라면 시장 수요에 따라 물량 배정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모범규준 문구의 의미를 알고 모든 증권사가 이를 따르는데 NH투자증권이 뻔히 아는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사달이 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증권사들은 회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만들고 관리하는 금투협 역시 일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자율규제'라는 이름 뒤에 숨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업계에선 금투협 스스로 관련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금투협의 정체성 상 NH투자증권과 같은 대형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E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로펌의 논리를 가져온 대형 IB가 설득한다면 (금투협이)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그렇다면 다른 회원사의 권익은 무시된 것인가. 회원사의 이해관계를 균형적으로 지켜야 하는 금투협의 소극적인 대응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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