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드 쫓아 투심 이동…유동성 위축, 연초효과 희미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연초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던 크레디트 시장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관들의 자금 여력이 줄고 있는 데다 3년 이하 단기물의 경우 가파른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 등으로 투자 매력 등이 떨어진 여파다.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관들은 더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스프레드를 유지하고 있는 만기 3년 이상 우량물 등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맹렬한 사자 행렬에서 벗어나 투자자에게 유리한 크레디트물을 '체리 피킹(Cherry Picking)'하는 모습이다.

◇장·단기 스프레드 격차 심화…장기물 주목도↑

7일 연합인포맥스 '발행사 만기별 Credit Spread(화면번호 4788)'에 따르면 전일 'AAA' 공모 무보증채 3년과 5년물 민평금리는 각각 4.228%, 4.517% 수준이었다. 5년물과 3년물 민평 금리 격차는 28.9bp에 달했다.

크레디트물 5년과 3년물 스프레드 격차는 올해 들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연초 12bp 정도에 불과했던 스프레드 차이는 지난달 22일 34.4bp까지 격차를 벌린 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AAA' 무보증 공모 회사채 5년-3년 금리 및 스프레드 격차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


3년 이하 크레디트물의 경우 연초 유동성 효과와 꾸준한 발행 등이 맞물려 스프레드 감축에 속도가 붙었다. 반면 이보다 만기가 긴 채권은 조달량이 많지 않았던 터라 지난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급변한 시장 분위기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만기별 스프레드 차이가 벌어지면서 투자 심리는 점차 장기물로 쏠리는 모습이다. 3년 이하 크레디트물의 경우 스프레드 축소에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이 더해지면서 투자 메리트가 더욱 줄었다는 설명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금은 캐리보다 어느 정도 듀레이션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크레디트물은 점차 약해지는 가운데 이달 미국 FOMC 정례회의와 내달 한국은행 금통위까진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비교적 높은 스프레드를 쫓아 장기물은 물론 일부 A급 채권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해 해당 크레디트물 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종목에만 수요가 집중될 것이란 설명이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3년 이하 크레디트물의 경우 연초 강세 등으로 스프레드가 너무 낮아진 만큼 발행이 미미해 평가가 덜 반영된 장기물과 비교적 안정성을 갖춘 A급 채권 등으로 투자 심리가 옮겨가고 있다"며 "다만 우량 장기물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은 종목·만기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발행사가 장기물 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 등은 변수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때보다 절대금리가 높아진 터라 장기간 해당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한 상황이다.

◇투자 여력 저하, 빛바랜 유동성 효과…소강 국면 관측도

연초 채권 강세를 뒷받침했던 유동성 효과가 한풀 꺾인 점도 관전 포인트다. 1~2월 채권 담기에 열중했던 기관들의 자금력이 소진되면서 매도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물 부진 등의 경우 연초 채권을 열심히 담았던 자산운용사 수요가 위축된 영향도 크다"며 "연초 대비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을 사려는 기관들이 많이 줄어든 데다 시장에 사자가 별로 없어 억지로 수요를 만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기류는 발행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AA급 이상 크레디트물 대부분이 무사히 투자자 모집을 마쳤으나 최근 수요가 위축되면서 차별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3일 한국전력공사(AAA)는 채권 입찰에서 2년과 3년물에 각각 1천100억 원, 2천100억 원의 주문을 확인했다. 당초 2년과 3년 각각 1천500억 원, 2천500억 원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수요 등을 고려해 결국 2년은 1천억 원, 3년은 1천100억 원어치 찍기로 했다.

같은 날 현대차증권(AA-) 또한 총 1천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50억 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다만 기준 금리 등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진 만큼 지난해와 같은 시장 위축까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C 업계 관계자는 "연초 자금 집행 재개 등에 힘입은 유동성 효과는 일정 부분 소진됐지만 시장 수요가 지난해처럼 완전히 얼어붙진 않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향후 인하 사이클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절대 금리를 겨냥한 수요는 계속해서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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