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탈사 조달 부담 가중…예담ABCP 영향은 미미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금융당국의 랩어카운트·신탁 검사로 해당 시장의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조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랩·신탁의 주요 투자처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 기업어음(CP)이었던 데다 한동안 활황을 이어갔던 장기 CP 발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위축이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장기 CP는 랩·신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 거의 자취를 감췄다. 랩·신탁의 주요 투자처였던 은행 정기예금 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하 예담ABCP)은 발행 수요 또한 감소해 수급 불안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으나 단기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 이목이 쏠린다.


◇랩·신탁 위축에 여전사 조달 부담 가중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5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107조420억 원으로, 전년 동기(153조7천614억 원) 대비 30% 이상 줄었다. 평가금액이라는 점에서 평가자산 변동분이 반영된 만큼 시장 자체의 위축을 온전히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하긴 어렵겠지만 같은 기간 계약 건수 또한 205만건에서 203만건으로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 부담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지난 5월부터 금융당국이 증권사 랩어카운트·신탁 시장의 자전거래 불건전 영업 행위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해당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한 환매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수요가 위축된 데다 당국의 검사가 더해지면서 랩·신탁 외면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후문이다.

랩·신탁이 쪼그라들자 이들의 자금이 대거 투입됐던 일부 자금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랩·신탁이 여전사 CP 등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던 터라 이들의 조달에 직격탄을 미치고 있다.

A 업계 관계자는 "랩·신탁은 장부가 평가를 겨냥해 CP 시장을 주목했는데 그중에서도 여전사 발행물에 주로 투자했다"며 "하지만 최근 통화정책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여전사 CP 스프레드가 다소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랩·신탁 수요 위축의 영향이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여전사의 경우 랩·신탁 수요를 겨냥해 한동안 장기 CP 발행에도 앞장섰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욱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전월까지 발행한 여전사 장기 CP는 롯데카드 물량이 유일했다. 롯데카드는 올 1월과 3월 두 차례의 발행으로 총 2천200억 원의 장기 CP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찍은 2~3년물 구간 장기 CP는 1조1천700억 원에 달했다. 발행사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현대커머셜, NH농협캐피탈, BNK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 다양했다. 1년 초과~2년물, 3년 이상 물량을 더할 경우 장기 CP 발행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장기 CP는 그동안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으나 조달 만기를 다변화해야 하는 여전사들의 든든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장기 CP는 형태는 CP이지만 긴 만기 탓에 실질은 채권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랩·신탁 수요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던 장기 CP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데다 여전채 수요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여전사 조달 부담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전채의 경우 랩·신탁의 주요 투자처는 아니었지만, 물량 소화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만큼 영향력이 없진 않았다. 랩·신탁 위축에 이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부각으로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한 여전채 투자 회피 성향이 강해지자 이들의 조달 어려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예담ABCP 등 단기시장 영향은

랩·신탁의 주요 투자 상품이 단기금융시장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 해당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랩·신탁의 경우 여전사 CP 이외에도 은행 예담ABCP 등을 주로 매입해왔다. 다행히 예담ABCP의 경우 은행들의 발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랩·신탁 위탁에 따른 수급 부담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B 업계 관계자는 "예담ABCP는 금리 부담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조달을 꺼리면서 일부만 차환 발행되고 있다"며 "랩·신탁 수요는 줄었지만, 발행량 또한 감소해 큰 부담이 드러나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랩·신탁 이외의 수요에 힘입어 CP·전단채 등 단기금융시장 전반의 부담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C 업계 관계자는 "단기금융시장의 경우 다양한 수요층이 있다 보니 랩·신탁이 위축됐다고 시장 전반의 자금 순환에 부담이 드러나거나 하진 않는 상황"이라며 "사태를 모니터링 하곤 있지만 대부분의 발행사가 무리 없이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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