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발행 지속, 시장 전방위 활용
주관사단에 KB증권 낙점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성장 등에 힘입어 조달 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달량 증가 등에 대응해 해외 시장 활용도를 높이면서 올 상반기에만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23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조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 발행에 앞서 토종 투자은행(IB) 육성책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에서 달러화 선순위채로 조달 영역을 넓히며 국내 증권사인 KB증권에 맨 데이트를 부여한 것이다. 최근 토종 IB의 한국물 진입이 녹록지 않아지고 있으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동참으로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 큰손 부상, 하반기도 열기 잇는다

9일 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9월부터 다시 한국물 조달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 스위스프랑과 유로화 커버드본드는 물론 달러화 선순위채 발행 주관사단 선정을 마쳤다. 이어 오는 9월~11월 발행을 목표로 조달 타이밍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정책 모기지 확대 등에 대응해 한국물 발행을 늘려오고 있다.

과거 연내 통상 한 차례 정도만 외화채 시장을 찾았으나 2020년부턴 매년 두 차례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찍어 연간 15억 유로 안팎의 자금을 마련했다. 안심전환대출 자금 수요 등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과 함께 해외 조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 달러화 환산 기준 23억2천752억 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량(약 14억 달러)을 올 상반기 만에 훌쩍 넘겼다.

조달처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18년 국내 발행사 최초로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개척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해당 채권 발행을 이어왔다.

이후 발행량이 늘어나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스위스프랑 커버드본드 시장으로 조달처를 넓혔다. 지난해의 경우 2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주택금융공사 최초로 사모 외화채를 찍기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해도 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월 첫 달러화 선순위채 발행에 이어 4월에는 호주 달러 커버드본드를 찍어 캥거루본드 시장으로 조달처를 넓혔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연이은 시장 개척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조달처는 한껏 확장된 모습이다. 앞서 다양한 해외 시장을 개척한 덕에 하반기에도 조달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연이은 채권 공급으로 글로벌 기관의 투자 한도가 소진된 점 등은 변수다. 이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원화 시장과의 금리 경쟁력을 비교하면서 외화채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토종IB 육성 시동, 기회 얻은 KB증권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경우 그동안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토종 IB 육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아직 아시아를 중심으로 달러채 주관 업무 등에서 겨우 경쟁력을 키우는 단계라 이종통화 시장을 겨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선순위채로 조달처를 넓히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또한 토종 IB 육성책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 하반기 달러채 주관사단으로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ING 증권, JP모건, KB증권을 낙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국내 증권사에 맨 데이트를 부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랙 레코드 부족 등의 한계에 가로막힌 토종 IB에 기회를 제공해 시장 참여자 확대에도 일조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KP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토종 IB 육성책 없이는 트랙 레코드 부족 등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대부분의 발행사가 리그테이블 순위권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터라 경쟁에 참여할 기회 확보조차 쉽지 않다.

한동안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국가스공사 등이 지원에 나서면서 다소 활기를 띠기도 했으나 최근 이마저도 주춤해졌다. 올해 한국가스공사 등이 국내 증권사 선정에 나서지 않는 등 기회가 다소 제한된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동참으로 KB증권은 달러채 트랙 레코드 확보 및 경쟁력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 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 7억7천570만 달러의 주관 실적을 쌓아 13위에 올라가 있다.

phl@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2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