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금융투자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변화를 주면서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도 바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도 그간 금융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수책위의 변화로 지배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는 흐름이다.

기금위는 지난 7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수책위의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기금위는 "현행 수책위는 가입자 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만 위촉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책위 운영 규정을 개정해 총 수책위 위원 9인 중 3인은 관계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해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활동 등을 결정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된 기금위 산하 전문위원회다. 사용자 단체와 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 등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6인과 상근전문위원 3명까지 합쳐 총 9인으로 구성된다.

이번 개정으로 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은 총 3명으로 줄어든다. 대신 남은 3명의 여유분을 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게 기금위의 생각이다.

현재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 중 관계 전문가 비중이 전무했던 곳은 수책위가 유일했다. 다른 전문위인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는 상근전문위원 3명 외에 관계전문가 3인, 기금위 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지금껏 수책위만 관계 전문가 대신 가입자 단체 추천인으로만 위원을 채웠던 것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이행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전 국민의 보험료로 설립된 국민연금인 만큼 전문성은 부족해도 조금 더 일반 대중에 가까운 시각으로 수탁자책임활동에 나서는 게 설립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활동도 엄연히 전문 영역인 만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이 기업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진행할 때 결정권을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계속 논의되자 그 정당성과는 별개로 수책위를 금융 전문가로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은 기금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의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사용자 및 근로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 각 3명,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기금운용 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는 위원은 많지 않다. 박상용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 서원정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부회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전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정도만 관련 전문가로 평가된다.

반면 당연직인 정부 측 위원들은 기금운용 관련 경력이 거의 없으며 가입자 단체 추천 위원들도 노조 출신들과 특허 전문 변호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등 관련 경력이 대부분 부족하다. 총 위원 20명 중 절반 이상의 위원이 운용·금융 경력이 전무해 지배구조 개편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다만 기금위 지배구조는 수책위보다 더욱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책위처럼 각 가입자 단체별로 할당분을 1명씩 줄여 관계 전문가 몫을 3명 더 늘리는 방식은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위를 개편하려면 수책위 같은 방식보다는 근본부터 기금운용 전문가 위주로 일신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기금위 참석률도 떨어지고 전문성도 없는 당연직 정부 측 인사를 배제하고 가입자 단체 추천 인사들도 과감하게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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