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과 10일에 있었던 미국 실버게이트은행과 실리콘벨리은행(SVB)의 폐쇄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 8일 이래 3거래일 동안 거의 100bp가 하락했다. 3거래일 동안의 하락 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 하락 폭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금리 수준으로 보면 2월 1일의 4.13%에서 3월 8일 5.07%로 상승한 후, 3월 13일에 다시 3.98%로 하락했다. 거의 한 달간의 상승분을 최근 3일 동안 모두 되돌린 것이다.

SVB 사태 등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충격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예상보다 양호한 실물경제 지표에 가려졌던 금융 부문의 불안이 다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당 사태가 시장에 미친 충격은 매우 컸고, 향후 경제나 시장 전망 또한 매우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 관한 판단은 3월 8일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3월 8일 이전 시기는 거의 1년 동안 이어진 연준의 450bp 정책금리 인상에도 경기 판단은 긍정적이었던 기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경제에 스며들어 있었던 긴축적 통화정책 여파가 현실화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3월 8일 이후에는 경제와 시장에 관한 판단이 이전보다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현지 시각으로 3월 22일 결정될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폭은 당초의 50bp가 아닌 25bp에 그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동결이나 인하까지 예상할 만큼 경기나 시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부분 최종금리의 상한을 5.5%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3월의 25bp 인상 이후 추가로 두 번 더 인상한다면 올해 6월이면 최종금리에 도달하게 된다.

3월 정책금리 인상 폭 축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최종금리까지의 금리 인상 경로는 3월 8일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긴축적인 효과를 보일 전망이다. 이제까지는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고용, 소비, 물가 등을 통해 평가해왔으나, 3월 8일 이후에는 현실화하는 금융 부문으로의 효과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융 불안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입 물가와 환율을 통해 커질 수 있어 이전보다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SVB 사태 이후 예상되는 은행들의 대응도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은행의 유동성 문제는 높아진 시중금리에 따른 자산의 평가손에 더해 상대적으로 낮은 예금에서의 자금 이탈 때문이다. 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금리를 인상해 예금을 늘리고, 대출은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형은행보다는 SVB와 같은 기술이나 바이오 등 특수 부문에 예금집중도가 높은 은행이나 지방은행 혹은 중소형은행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융당국의 이러한 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및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할 것이다.

은행의 대출태도 변화와 금융시장 변동성은 경기둔화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예고했던 경기침체 시점을 앞당길 전망이다. 이번 SVB 폐쇄 여파는 기술 관련 신생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SVB가 상장된 기술 및 바이오 등 신생기업의 44%와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대출 위축이 전산업으로 확대되면 투자, 고용, 생산이 감소하고 주식시장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 하반기에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미루어졌던 경기침체가 앞당겨지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빠르게 약화할 것이나,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은 그만큼 앞당겨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연준이 당면한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3월에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연이어 두 번 더 인상할 것과 관련이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연준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고 매우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연준은 이번 인플레이션의 일부 원인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의 '오일쇼크' 때처럼 공급 측에 있으며, 당시와 같은 물가와 임금의 가속적 순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은 성급한 금리 인상 중단이나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것이다.

3월 8일 이후 달라진 세상에서는 그동안 잠겨져 있던 유동성과 크레딧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고 고용과 투자 등 실물 부문의 부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는 1분기에 상향 조정되었던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다시 하향 조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금융 불안은 금융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준과 재무부는 글로벌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미국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과 같은 대책이 잠재된 리스크의 현실화를 지연시키면서 연준의 정책 기조가 다시 '더 높이 더 오래'를 강조하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