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익스포저 약 3천억…채권도 1천200억 노출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지역은행들의 주가 급락에 이어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 고객자금 유출로 위기설이 돌면서 국민연금이 리스크 관리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CS는 스위스에 상장된 기업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3F 보고서를 공시하듯 매 분기 보유 현황이 공개되진 않는다. 다만 과거 해외주식군 내 보유 비중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CS 익스포저는 3천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16일 CS는 위기설에 지난밤 스위스 거래소에서 24.24% 급락한 0.54스위스프랑에 장을 마쳤다. CS의 지분 9.9%를 보유한 대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특정 기업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규제로 자금을 추가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자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그나마 뉴욕 시장 막판에 스위스중앙은행(SNB)이 CS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미국 지역은행들로 촉발된 '뱅크 리스크'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작년 말 현재 CS에 대한 주식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약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개별 종목의 보유 현황을 1년에 한 차례 전년도 연말 기준으로 공시한다. 미국 주식은 미국에서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면 분기별 보유 현황(13F 보고서)을 공시하는 게 의무이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직접 투자 내역만 공개할 뿐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해외주식 보유 내역까지 공개하고 있어 작년 말 CS 보유 내역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자산군 내 CS의 투자 비중을 0.11~0.12%로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전략상 특정기업의 시가총액이나 사업모델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투자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과거 5년 치 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의 자산군 내 CS 비중은 2017년 말 기준 0.19%였고 지분 가치는 2천37억원이었다. 이후 연말 기준 CS 지분가치와 비중은 ▲2018년 1천371억원(0.12%) ▲2019년 2천239억원(0.13%) ▲2020년 2천353억원(0.12%) ▲2021년 2천755억원(0.11%)이었다.

2018년 들어 국민연금이 CS의 자산군 내 비중을 줄인 것은 이 시점부터 CS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국민연금은 CS의 해외주식 내 비중을 0.11~0.13% 선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CS 주식 익스포저는 2천650억원(0.11%)에서 3천130억원(0.13%) 사이로 추산된다. 작년 말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은 240조8천940억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조금씩이나마 CS 비중을 줄이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익스포저는 2천700억~2천8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CS의 해외채권도 1천억원 이상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종목별 투자현황을 보면 CS 회사채 보유액은 1천253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총 27개의 CS 회사채를 보유했는데 대체로 5년물 이상의 중장기 채권이 많았다. 가장 비중이 큰 종목은 2026년 4월 만기가 돌아오는 쿠폰금리 3.25%의 채권으로 투자액은 237억원이었다. 가장 만기가 짧은 종목은 2023년 8월 만기물이었지만 투자액은 12억원으로 미미했다.

국민연금은 만기 보유 전략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5년물 이상이 대부분인 CS 포트폴리오는 작년에도 큰 변화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국민연금은 CS 위기설로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 1천200억원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앞서 미국 지역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4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자극했던 국민연금은 유럽 은행들에 대한 부실 리스크마저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CS를 비롯해 위기설이 도는 여타 유럽 은행까지 포함하면 국민연금은 향후 뱅크 리스크에 1조원 이상의 익스포저를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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