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크레디스위스(CS)의 우발전환사채(코코스·코코본드/기타 Tier1(AT1))가 UBS와의 합병과정에서 전액 상각 처리된 데 대해 채권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런던에 위치한 CS 지점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크레디트 담당 전략가들은 주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결정은 AT1 채권자들이 주주보다 후순위가 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금융위기 이후 AT1이 생겨난 이후 해당 채권 투자자들에게 끼친 가장 큰 손실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당국의 조치가 시장의 관례를 깨는 것이라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WP)가 정리한 CS의 코코본드 상각과 이것이 시장에서 우려하는 이유다.


◇ 코코본드는 무엇인가

코코본드는 은행이 파산하는 상황에 대비해 자본을 보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행되는 조건부 채권이다. 성격은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본 수준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많은 경우 주식, 즉 자본으로 지위가 변경된다. 코코본드는 이 경우 전부, 혹은 부분 상각 처리된다. 이는 '기타 Tier1(AT1)' 채권이라고도 불린다.


◇ 코코본드는 무엇을 위해 발행되나

이는 납세자들이 은행의 파산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채와 자본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안고 있다는 우려가 있을 때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도 자본을 보강할 수단이 있다는 점에서 은행이 잠재적으로 더 큰 자본 완충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 당국에 있어서는 납세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고,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하지 않으면서 은행을 벼랑 끝에서 구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 CS는 얼마나 많은 코코본드를 보유했나

CS 지주회사는 13개의 스위스프랑과 미달러, 싱가포르달러로 각각 발행된 미상환 코코본드를 보유했으며, 금액으로는 총 173억달러 상당에 달했다. 이는 전체 부채의 20%를 약간 웃도는 정도로, 그중에서도 미달러화 비중이 가장 컸다. 달러 표시 코코본드는 20억달러어치 영구채와 22억5천만달러어치의 채권으로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첫 번째 상환 청구일(call)이 돌아왔다. 코코본드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5년 후에 상환 청구일이 돌아온다. 하지만 상환이 되지 않고, 연장할 경우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의 세계 시장의 채권 매도세를 고려할 때 발행사는 콜을 건너뛰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대체하는 데 따른 조달 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 CS의 코코본드는 왜 상각됐나

UBS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신뢰 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중개하는 거래를 통해 CS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인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성명에서 "이례적인 정부 지원으로 핵심 자본을 늘리기 위해 AT1 채권의 완전한 상각이 촉발됐다"라고 설명했다.

즉 다시 말해 은행들은 파산 시 효과적인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자금 및 적격 부채에 대한 최소 요건(MREL)'을 충족해야 한다.

은행의 자본 비율이 미리 정한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코코본드는 상각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상각의 트리거 조건이 촉발된 것이다.


◇ 투자자들은 상각 가능성을 우려했나

그렇다. CS의 코코본드 가격은 UBS와의 합병 발표 몇시간 전에 급락과 급등을 오갔다.

규제 당국이 은행의 일부나 전체를 국유화한다는 방안과 코코본드의 상각 가능성, 채권보유자에게 손실이 없는 UBS의 인수 등 여러 가지 옵션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CS의 미상환 코코본드의 경우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유형이 아닌 상각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손실 위험은 항상 존재했다. 투자자들은 소위 '손실 감수(Bail-in)' 조항이 AT1의 상각을 초래하고, 지주사가 발행한 선순위 채권은 은행의 자본으로 전환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CS 그룹은 780억프랑 상당의 부채를 보유했고, 두 종류의 채권을 모두 보유했다. 손실 감수 조항이 담긴 채권은 코코본드가 등장한 후 몇 년 후에 고안된 것으로 구제금융(Bail-out)과는 반대로 구제 대신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 왜 일부 채권보유자들은 화가 났나

정상적인 상각 시나리오에서는 CS가 이번 주 초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주주들이 AT1 채권 보유자들보다 먼저 손실을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에는 CS 주주들은 30억프랑을 받게 된다. 이는 일부 AT1 채권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자본 구조상 코코본드가 주식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채권 보유자들이 주주들보다 먼저 상환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장에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 코코본드 시장의 영향은

시장의 관례를 무시한, 즉 주주들이 AT1 채권보유자들보다 먼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관례를 무시한 것은 2천750억달러 규모의 AT1 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에 상당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이번 사례가 과거 사례를 능가하는 수준의 손실이라는 점이다.

2017년에 스페인 금융기관 방코 파퓰러가 발행한 후순위 채권 보유자들은 은행이 파산을 막기 위해 방코 산탄데르에 흡수되면서 13억5천만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에는 주식도 상각됐으며, 당국은 강제로 코코본드도 상각했다. 이번 CS의 코코본드 상각은 규모도 훨씬 크며, 시장에 다음에 무엇이 올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일으킨다.

거대한 불확실성은 등급에 상관없이 채권 가격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미 몇 주간 여러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코코본드 가격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으며, AT1 가격은 액면가의 평균 82%까지 떨어져 역대 가장 가파른 할인을 겪고 있다. CS의 코코본드 금리는 최근 며칠간 큰 폭으로 급등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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