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경제전망에서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1월의 1.7%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의 전망치인 2.0%보다는 0.5%포인트나 낮은 성장률이다. 게다가 2024년의 성장률을 2.4%로 전망하며 지난 1월의 2.7%보다 0.3%포인트나 낮추었다. IMF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는데, 이번 4월 전망에서 선진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3%로 종전 대비 0.1%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2024년은 종전 전망을 유지한 점은 2023~2024년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과 비교된다.

2023년 선진국 그룹의 성장세가 소폭 상향된 것은 일본과 독일, 한국 등의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성장률 상향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2023년 성장률 상향은 지난 1분기 경제활동이 당초 전망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 매우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의한 가파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1분기의 역성장 우려가 컸으나, 각각은 양호한 고용시장과 따듯한 겨울 영향으로 전기 대비 플러스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선진국 그룹 중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일본과 독일, 한국은 모두 수출 제조업이 강한 국가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 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되었던 상품 소비가 대면 위주의 서비스 소비로 전환되었다. 이는 글로벌 교역의 급격한 위축과 제조업 부문의 부진을 심화했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의 한 축인 수출이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9.9% 감소한 후 올해 1분기에는 감소 폭이 마이너스(-) 12.6%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수출 급감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갉아먹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그 정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부진의 주요인은 전체 수출의 약 15% 내외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있다. IMF도 이번 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부동산 경기 등 내수 위축뿐만 아니라 반도체 부문의 부진 영향이라고 지목했다.

2023년 2분기에 들어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일평균 수출은 23억 달러로 1월의 21억6천만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4월 1~10일 중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8.6% 감소해 부진 정도가 전월 같은 기간 (-16.8%)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한국의 제1 수출 시장인 중국 수출이 3월에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전년동월대비 감소세를 보이다 3월에 14.8%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 회복과 2분기부터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은 향후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반도체 경기는 통상적으로 전고점 이후 25개월 전후로 반등세를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를 반등 시점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회복은 전기차 판매 급증과 차세대 무선전화기,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핀테크 등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았다. 수출 경기는 바닥을 지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하자 2021년 8월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서 지난 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3%포인트나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한동안 3.5%에서 머물다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연말에는 인하 사이클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물가 불안을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금리를 내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완화해 소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부문의 추가적인 부진을 제약할 전망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2.5% 이상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여 부동산 경기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IMF는 2024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2023년보다 0.2%포인트 높은 3.0%로 전망했다. 선진국 중 미국과 일본이 전년보다 부진한 반면, 유로 지역과 영국 등 다른 지역에서는 성장세 확대를 예상했다.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도 2023년의 1.5%에서 2.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확대, 반도체 경기 반등과 수출 회복 등은 설비투자 증가 요인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투자 위축은 지속해서 경제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과 소비, 투자 전망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하반기의 경기 개선 정도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수의 경제전망 기관이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1.5% 내외로 전망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은행 실패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국제유가 반등 가능성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글로벌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반기 이후 안정적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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