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하반기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인상을 멈춘 이유가 경기침체 우려에 기인한 점은 부담스럽다. 목표한 물가 잡기에 성공하지 않았지만, 경기둔화 시그널에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행지수가 개선되고 예상 밖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이나 중국, 미국보다도 한국의 경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인다. 수출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4월 들어서는 약달러에도 환율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가 더디고 반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연초 기대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지연된다면 자산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우려가 커진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금리를 내리더라도 자산시장이 지난 하반기에 이어 2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경기둔화 속에서 부동산시장에 남아있는 리스크가 변동 폭을 키울 수 있다. 다중 채무부담이 상당한 소위 영끌 가구와 상업용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매각 물건이 늘어나면 하락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미분양, 미입주에서 비롯된 건설업계의 유동성 리스크와 금융권까지 확장된 경착륙 우려 또한 남아있다. 하반기와 내년 경기회복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부동산시장이 추가 가격하락과 경착륙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주택시장의 경우 추세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거래량과 전세가격 신호가 좋지 않다. 아파트, 빌라 등의 절대적인 거래량 부족은 물론이고 연초 나타난 아파트 시장의 추세적 거래 회복세가 이어질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전월세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집값 하락이 반복되고 구매심리가 회복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전세 사기 실태가 드러나면서 임대시장의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하락기를 투자의 기회로 삼으려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지만, 바닥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바닥 확인 후에도 추세적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회복기에 진입한다고 해도 속도에 대한 부담이 있다. 2025년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글로벌 저성장의 위험은 커진다. 과거에 비해 확장된 자산시장의 유동성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주택 수요시장의 구조 변화와 중장기 기대수익률의 둔화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택 구매자의 경우 가능한 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바닥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한편, 투자하려는 부동산의 지역, 유형, 그리고 투자목적과 운용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거 선호 지역의 급매물이 먼저 소진되고, 분양가격과 입지 경쟁력을 갖춘 새 아파트 분양 성적이 양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하반기 급매물을 놓친 실수요자라면 올해 하반기 이후 2차 하락기에 대응할 전략을 세워두고 한강변이나 역세권 입지, 선호도 높은 브랜드 대단지 신규 분양을 공략할 청약계획을 미리 점검해보는 게 좋겠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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