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주범 '주거비'는 이미 하락 중
슈퍼코어 인플레는 작년 7월 이후 최저
신용 긴축 가늠 위해 6~7월 여름 휴지기 예상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라 전달의 5.0% 상승에서 둔화했다.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지만, 시장은 수치가 낮아진 것에 일단 안도한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이번 보고서가 연준의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번 물가 상승률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 상승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이미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악화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4월 CPI는 전월 대비 0.4% 오르고, 전년 동월보다는 4.9% 상승했다. 3월의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5.0% 상승과 비교하면, 전년 대비 수치가 둔화한 것이다. 4월의 4.9% 상승률은 지난해 6월 기록한 고점 9.1%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지난달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8.1% 각각 오르면서 전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거비 상승이 전체 근원 CPI 상승분의 60%를 차지했다. 질로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임대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거비는 시차를 두고 반영돼 하락세가 제때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연준은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 즉 초근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츠의 오메르 샤리프 창립자는 4월의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달보다 0.11% 오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7월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샤리프는 지표에 노이즈가 있어 과대 해석은 삼가면서도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이미 5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가이던스를 폐기하면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불거진 은행 불안으로 신용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면 연준은 당분간 정책을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4~5%대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 은행 불안이 없었다면 연준은 추가 긴축에 나설 근거도 상당하다.

그러나 연준은 은행 스트레스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이것이 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은행 부문의 부담이 가계와 기업들에 더 긴축적인 신용 여건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신용 긴축이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내가 매우 집중하는 것 중 하나는 신용 환경의 긴축 강화가 어디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라며 이를 수치화하는 것은 실제 데이터를 많이 얻지 못해 어렵지만,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용 환경이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신용 환경의 긴축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파월 의장이 지난번 성명에서 미래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부문을 삭제한 데 대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언급했다는 점과, 지금까지 5%포인트가량 금리를 올린 데 대해 "향후 몇달간의 지표가 이러한 행보가 옳은지를 납득시키는 것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파월 의장이나 윌리엄스 총재 모두 지난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거나 "우리가 금리 인상을 마쳤다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인상 사이클을 종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아갈 위험이 커진다면 다시 금리 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SJ은 연준이 그간의 금리 인상이 충분한 효과를 냈는지를 판단하고, 경기 둔화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6월과 7월 회의 동안 여름휴가를 가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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