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 지역 은행들의 채권 매도세가 심화하고 있다.

팩웨스트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역은행들의 채권 매도세 심화는 수익률 스프레드를 확대해, 이미 예금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으로 겪고 있는 은행들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국채금리와 지역 은행 채권과의 금리 스프레드는 3월 이후 2%포인트나 혹은 그 이상으로 확대됐다.

일례로 오하이오주에 소재한 헌팅턴 뱅크쉐어스의 2033년 만기 표면 금리 5.023%짜리 채권은 지난 화요일 기준 달러당 90센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익률로는 6.6%로 국채수익률과의 스프레드는 3.1%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SVB 파산 전의 1.7%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더 활발히 거래되는 2025년 만기 표면금리 4%짜리 채권은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4%포인트에 달한다. M&T뱅크와 씨티즌스 파이낸셜 등도 유사한 수준에서 거래된다.

반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와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0.1%포인트 벌어지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연방 당국은 자산 1천억달러 미만인 은행들에 대해 더 많은 장기 채권을 발행하도록 강제할 것을 시사해왔다.

이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에 대비해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채 완충 장치를 늘리고 혹시 모를 납세자들의 구제금융 비중은 줄이려는 조치다.

하지만 지역 은행들에 대한 채권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장기물 채권의 발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버거 버만의 앤드루 아베스만 선임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스프레드가 더 확대되고,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금리도 오르고 있다"라며 "이는 이러한 것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입 비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은 많은 주식 분석가들이 지역 은행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라며 이는 지역은행들이 과거만큼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여전히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채권보다 주로 예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입 비용의 증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은행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차입비용의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저널의 지적이다.

헌팅턴의 경우 1천690억달러 규모의 자산 중, 3월 말 기준 미상환 채권은 88억달러로 집계됐다. 만약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금리가 기존보다 1.5%포인트 높은 새로운 채권으로 대체한다면 연순이자수입은 1억3천만달러가 줄어들게 된다. 은행은 지난해 53억달러의 순이자수입을 거뒀으며, 최근 분기에만 14억달러의 순이자 수입을 기록했다. 이는 변동금리 자산으로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것이지만, 예금 비용 상승으로 전년 대비로는 4%가량 줄어든 것이다.

바클레이즈 분석에 따르면 헌팅턴은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신규 채권을 최대 60억달러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은행의 이익을 추가로 잠식할 수 있다는 게 저널의 지적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대다수 지역 은행이 펀더멘털상 탄탄하다며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지역은행에 대한 투자 심리가 너무 취약해진 상황이라 언제든지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제시 로젠탈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역은행 채권을 강력 매수 추천하면서도 "심리가 계속 나쁘고, 대규모 자금 유출이 또다시 시작되면 정말로 잘 운영되던 은행도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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