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결제에 '화들짝'…숏커버 추정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하락 기대감이 역외 달러 매수세로 빠르게 식었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확인하고 들어온 달러 매도 포지션이 예상보다 강한 결제 수요에 막히면서 청산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역내 달러-원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글로벌 지정학 긴장감과 함께 역외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달러-원 환율은 장 막판 빠르게 반등해서 1.50원 오른 1,326.30원에 마감했다. 1,317원대로 출발해 하락 폭을 모두 되감았다.

장중 저점(1,316.20원) 대비해서는 10원 넘게 낙폭을 되돌린 셈이다.

최신 미국 CPI가 예상보다 더 둔화하면서 달러-원이 하락 출발했지만, 위안화 약세와 역외 매수세가 반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후반부에는 역외 매수가 집중되는 와중에 매도 물량이 거둬들여지면서 막판 오름세가 가팔랐다.

네고와 결제 등 실수급이 얇아서 역외 매매에 한층 힘이 실렸다.
 

전일(11일) 달러-원 틱 차트

 


전일 역외 매수세는 기존에 매도 포지션의 청산 물량으로 추정된다.

지난 4일 마지막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FOMC를 전후로 역외는 달러 매도 우위에 힘을 실었다. 이어 미국 CPI도 2년 만에 가장 작은 폭(4.9%)으로 오르는 등 최근 통화정책 이벤트와 지표는 달러-원 하락을 지지하는 듯했다.

다만 14개월 넘게 이어진 무역적자로 인한 결제 수요가 변수로 작용했다.

연고점(1,342.90원) 대비 20원 넘게 내려와도, 1,320원 아래에서는 저가 매수가 결제 수요 위주로 탄탄했다. 반면 네고 물량은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가 숏(달러 매도) 베팅했는데 1,320원 밑에서는 네고 물량이 안 나오고 결제가 받치고 있다"며 "특별한 재료나 수급보다는 포지션 깊은 쪽에서 조정이 있어 CPI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그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무역수지 흑자나 외국인 주식 순매수로 달러를 실제 팔아줄 주체가 없다"며 "결제가 없어도 네고가 더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긴축 종료에도 위험회피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미 부채한도 이슈와 지정학 우려는 달러 매수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

오는 19~2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면서 원화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뿐만 아니라 신흥국 시장은 지정학 이슈에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중국의 지표나 G7 회의를 앞둔 헤드라인 리스크로 긴장감이 강해져 미국 CPI 뉴스까지 다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전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G7 회원국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요'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 역외의 기존 포지션 청산 이후 달러 매수(롱) 베팅 움직임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역내 참가자들의 달러-원 전망이 엇갈리는 와중에 달러-원이 역외 매매에 이끌려가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역외에서 하루 만에 달러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가며 차익 실현까지 나서는 단타에 집중하면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한 참가자는 "이번 주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달러 매수세가 강하다"며 "결제를 비롯한 역내 물량 처리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 초반부터 역외 매수가 많아 환율이 올라서 출발한다"며 "장중에 어느 정도 매도 물량으로 나와 매매 패턴을 정확히 알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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