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메리츠화재의 예실차(예상치와 실제값의 차이) 언급을 두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이름으로 처음 진행된 첫 실적 발표가 그간의 '메리츠 영업 DNA'를 보여주듯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업계에선 이런저런 말들도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내다보는 올해 연간 예실차 규모는 4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8천억 원 수준의 예실차가 발생했다.

메리츠화재가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설명한 8천억 원 규모의 지난해 예실차는 코로나19 효과로 장기 손해율이 굉장히 낮게 산출된 데 따른 결과였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전무는 "손해액이 급격히 감소하며 가정과 실제 예전과 실제의 차이가 대략 20%, 예상 보험금 대비 실제 보험금의 비율이 0.8 정도였다"며 "올해 예실차는 예상 1대 실제 0.9, 그 기조가 연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가정을 뒷받침하듯 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 예실차는 1천100억 원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이를두고 일각에선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계약서비스마진(CSM)과 예실차 규모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말 CSM은 10조 원 정도였다. 신계약과 이자비용, 조정액, CSM 상각 등을 포함한 올해 1분기 CSM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 업계 임원은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CSM이 연간 2조 원 정도 늘어 10조 원으로 조정됐다"며 "CSM이 10조 원 규모일 때 상각으로 날 수 있는 영업이익은 CSM에서 1조 원 정도다. 8천억 원가량 예실차가 났다면 이는 1년 동안 날 게 예실차로 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선 금융지주 전환 후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약속한 메리츠화재가 배당 재원 마련 차원에서 예실차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용범 대표는 지주사 설립 당시 언급했던 50%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지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올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원 정도다. 연초 이후 진행된 주주환원 규모는 총 4천127억 원이다. 주주환원율 50%를 고려하면 연내 약 6천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이 남아있는 셈이다. 김 부회장이 재차 확실한 주주환원을 약속하자 실적 발표 이튿날 한 증권사는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65%나 상향 조정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CSM 상각 이익이라면 배당을 할 수 없지만 예실차는 당장 배당이 가능하다"며 "감독당국에서 예실차가 이렇게 크게 나왔었는데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CSM 조정과 관련해 가정의 방법론은 변함없지만, 한 해 통계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정이 조정되며 CSM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회계상 계리적 가정들도 보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예실차, 예상과 실제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했는지, 공격적으로 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메리츠는 예정 대비 실적 차이가 90%다.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대표의 언급은 업계에 또다시 회자했다.

또 다른 업계 임원은 "예실차는 구조상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고 몇 년에 걸쳐 그 규모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만 보수적인 가정이 무조건 맞다곤 할 수 없다. 오히려 가정은 중립적으로 설정해야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신계약에 대한 업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출혈경쟁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한 것도 업계에 불을 지폈다.

출혈경쟁 지양은 그간 이복현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이 새 회계제도 도입과 맞물려 보험사에 자제를 당부해온 사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메리츠는 증권, 보험 모두 공격적인 영업으로 단기간에 성장하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꾸준히 합류했다"며 "이번 실적발표 역시 최근 당국의 코드를 읽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업계에선 오히려 이런 메리츠의 변화가 더 공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및 메리츠화재 대표
[메리츠화재 제공]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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