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식품업계가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로 원재료 가격이 치솟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엘니뇨의 영향력이 큰 남아시아가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지라는 점에서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뉴욕 상품거래소 국제거래소(NYBOT-ICE)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거래된 6월 인도분 원당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91센트를 나타냈다.

원당 선물 가격은 지난 달 26.99센트까지 오르며 최근 11년 사이 최고 가격을 기록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로 지난 1월에 비해 27.9% 올랐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 1월 116.8에서 2월 125.2, 3월 127.0, 지난달 149.4로 매달 상승했다.

이처럼 설탕 가격이 오른 것은 인도, 중국 등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설탕 가격이 이처럼 치솟자 일부 국가는 수입량 증대에 나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최근 내수 물량 부족을 메꾸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설탕 15만t을 추가로 수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올해 초와 석 달 전에 각각 설탕 6만4천50t과 44만t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바 있다.

마르코스는 대통령 공보실을 통해 "이번 조치는 설탕 가격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같은 설탕 가격의 상승세가 엘니뇨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은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가 올해 여름 강하게 나타나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후 과학자인 제크 하우스파더는 악시오스에 "엘니뇨로 인해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의 핵심 영향권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벌써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잇따라 세워졌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에 따르면 지난 13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40년 전인 1983년 4월 기록된 역대 최고 기온과 같고, 5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 기온이었다.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는 올해 들어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져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잦았다.

특히 사탕수수의 주 생산지인 인도에서는 지난달 프라야그라지 지역 기온이 44.6도까지 치솟은 것을 포함해 곳곳에서 40도 넘는 폭염이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설탕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수입단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설탕을 원료로 쓰는 과자,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의 가격이 따라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밀 가격이 상승했고, 이 영향으로 라면, 과자, 빵 등 국내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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