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를 기록하며 2022년 6월에 기록한 9.1%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시장에는 안도감이 형성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근원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올라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 상승을 크게 웃도는 점은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가시지는 못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물가 지표로 적어도 6월 회의에서는 잠시 물러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치는 연준이 안심하기에는 아직 너무 뜨겁지만, 적어도 1회 인상만 해도 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그동안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점진적으로 내려오고 있으며, 이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촉발했다. 지금까지 연준의 금리는 5%포인트 인상됐으며,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회의에서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가 주거비와 중고차 가격이지만, 실제 다른 지표에서는 해당 수치가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비는 CPI에서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이는 전달보다 0.6%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0% 올랐다. 그러나 주거비를 제외한 CPI는 전년 대비 2.1% 오르고, 근원 CPI도 3.4%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특히 주거비에 반영되는 임대료는 새로 갱신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계약이 체결된 임대료도 CPI 산정 시점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질로우에 따르면 5월 새로 갱신되는 임대료 가격은 전년 대비 4.8% 오르는 데 그쳐 이번 CPI에 반영된 8% 상승과 큰 차이를 보였다.

상무부와 노동부가 주거비의 후행 효과를 제거한 주거비 인플레이션 추정 지표가 몇분기 내 제로(0)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거비 둔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

중고차 가격도 전월보다 4.4%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으나, 이미 도매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맨하임이 집계하는 5월 도매 중고차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2.7% 하락했으며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7.6% 하락했다.

올해 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에그 인플레이션은 달걀 가격이 5월에 전달 대비 0.4% 하락하면서 사그라들었으며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은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7월이나 이후 회의에서 추가 인상을 열어두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6월 CPI 보고서가 또다시 냉각된다면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도 커진다.

집리쿠르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배런스에 "경제 전망에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져 연준이 경제를 추가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지만, 이러한 위험이 물러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FHN 파이낸셜의 크리스 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인상을) 중단하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산탄데르의 스티븐 스탠리 애널리스트도 인플레이션 지표가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내일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연준의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거의 한 달 전에 이미 6월에 동결을 결정했다"라며 다만, "격렬한 변화가 없다면 FOMC는 7월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오는 7월 긴축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끝내는 것이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냉각되지 않는다면 올해 후반에 추가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라며 주거비가 계속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경로는 가파르기보다는 완만할 것이라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2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