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 구축 나서…"STO는 새로운 배틀필드, 창의력으로 승부"

김성무 SK증권 디지털사업본부장.
김성무 본부장이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SK증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은 새로운 배틀필드(전장·戰場)와 같습니다. 창의적인 상품 발굴과 신속한 유통이 사업의 성패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SK증권의 토큰증권 사업을 이끄는 김성무 디지털사업본부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SK증권은 STO를 통해 새로운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존 시장에선 금융상품의 차별화가 어려워 브랜드와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가 유리했지만, STO 시장에선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특화된 상품의 발행과 유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같은 출발선에서 대형사와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TO 사업은 80%의 비핵심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창출을 빚어내는 롱테일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은 토큰증권 시장의 가능성을 일찍이 점치고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발표되기 전부터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건 올해 2월. SK증권은 당국 방침이 나오기 1년 전인 지난해 1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펀블에 계좌관리기능을 제공해 왔다. 펀블과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예열을 마친 셈이다.

김 본부장은 "토큰증권 발행부터 청산까지 전 절차를 거친 증권사는 업계에서 SK증권이 유일하다"며 "2021년 펀블을 발굴하고 함께 연구하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했다.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운영상 이슈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의 연구로 STO 관련 데이터를 축적했고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사업 문의를 위해 찾아오는 사업자들에게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업을 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202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사업본부를 포함한 디지털 부문을 확대 신설했다. 디지털사업본부에는 비금융 기업 출신 인력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 김 본부장도 SK네트웍스, 한국인삼공사 등을 거친 비금융 기업 출신 인사 중 한 명이다.

김 본부장은 "다른 산업 부문에서 온 직원들이 많다보니 비금융사인 조각투자 혹은 블록체인 사업자의 입장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대부분의 직원이 사업 가이드를 해줄 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SK증권과 협력을 맺은 업체들도 부쩍 많아졌다. SK증권은 펀블을 비롯해 서울옥션블루·테사·열매(미술품), 핑거(특허권), 한국해양자산거래(선박금융), 바른손랩스(영화IP), 파이브노드(신재생에너지) 등 다수의 조각투자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상품 확보에 나섰다.

◇ 자체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 나서…"STO 생태계 확장이 우선"

SK증권은 자체적인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다른 금융사와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김 본부장은 "특정 주체를 중심으로 플랫폼이 중앙화된다면 분산원장을 쓰는 의미가 없다"며 "사업전략의 방향성이 같고 수평적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증권사, 은행 등과 협의체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체에는 증권사, 은행 등 금융사뿐만 아니라 STO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양한 인더스트리 업체가 포함될 것"이라며 "STO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두고 플레이어들이 모일 수 있도록 발행·유통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증권은 금융자산을 토큰증권에 담는 내용으로 혁신금융서비스도 신청한 상태다.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STO 플랫폼 운영 등 본격적인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데, 법 개정 전이라도 STO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 보호 등 가능한 범위에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증권사가 갖고 있는 상품(금융자산)을 기반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산원장 인프라 설계·운영에는 사업자의 사업에 대한 철학이 반영될 것"이라며 "다수의 인프라가 도입돼야 경쟁적으로 발전하며 상생할 수 있다. STO의 경쟁력은 상품의 차별화가 핵심이지만 어떤 인프라를 제공하느냐도 매우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기차 충전·스마트팜 등 '상품 차별화' 방점…탄소배출권 상품화도 도전

SK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보편적인 토큰증권 상품 외에도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전기차 충전 등 이색적인 아이템을 발굴하며 상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배출권을 토큰증권 상품으로 출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회사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김 본부장은 "탄소배출권은 구조가 복잡한 데다 투자자들이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하면 단순하게 상품으로 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며 "탄소배출권은 규제 탄소배출권, 자발적 탄소배출권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사업화 가능성이 꽤 크다"라고 말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공인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 획득하는 탄소 배출권이다. 탄소배출 규제 대상인 기업뿐만 아니라 비대상 기업, 개인 등도 사고팔 수 있다.

SK증권도 탄소배출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소각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김 본부장은 "이미 유럽 등에서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인식도 높고 거래도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추세라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인이 탄소배출권을 사거나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탄소배출권 등 색다른 아이템을 발굴해 차별성을 극대화한다면 SK증권이 STO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정통적 금융상품 시장에서는 선점·단독·대규모 사업전략이 통했지만 STO 시장에선 차별화·창의력·협업 등이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를 것"이라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제휴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선별적으로 지분 투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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