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선행 지표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천299호로 전년동기대비 54.1% 줄었고 주택 인허가는 20만7천278호로 29.9% 감소했다. 동기간 전국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44.4% 감소한 7만9천631호에 그쳤다. 지방 중심으로 남아있는 미분양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금융비용과 건축비 등 사업비용이 급증하면서 공급시장이 냉각된 결과다.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민간 공급이 위축된 가운데 보완적 역할을 해줄 공공주택 공급 계획도 목표보다 부진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서민용 임대주택을 포함해 공공주택 사업 승인 물량이 올해 목표 대비 30~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LH는 철근 누락 사태 이후 조직 개편과 축소 이슈까지 제기된 상황으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장은 물론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계획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민간과 공공 모두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주택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정부가 서둘러 공급대책을 예고한 상태이다. 통상 아파트를 기준으로 착공 이후 2~3년 후에나 준공 및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최근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새 아파트 공급부족론이 수요자들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공급부족의 심각성이 무분별하게 수요시장을 자극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중 86%가 지방 시장에 남아있고, 수도권에 비해 지방 도시 아파트 가격의 저점 대비 회복세 또한 더딘 편으로, 서울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가격 및 거래 동향이나 수요심리가 온도 차를 보인다. 지역에 따라서는 잔존하는 미분양 부담이나 공급시장의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주택 착공과 인허가 등 공급 선행 지표의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착공 후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비아파트 주택 상품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공급 감소가 차라리 다행스럽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 문제가 대두되며 수요가 이탈한 비아파트 주택 상품들은 임대 목적형 투자수요가 많이 감소한 상황이다. 오피스텔도 분양 가격 상승과 주택으로서의 세금 부담 등이 겹쳐 투자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주택시장이 지역과 아파트 상품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 감소가 지역에 따라 가격 불안의 재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지역별로 수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아파트 공급현황을 점검하고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불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토지 확보와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도 부담스럽고 급증하는 사업비용 때문에 사업성이 악화한 데다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시장도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이다.

정부가 추석 전 내놓기로 한 공급 대책을 유추해보면 세제 혜택 등의 수요 활성화 방안보다는 금융지원을 통해 민간 공급을 유도하는 쪽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주택 비율을 늘리고 지지부진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특별법을 다시 진행할 수도 있다.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이나 보증 지원 등의 제한적 금융 지원이 민간 투자를 자생적으로 활성화하기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니 갑자기 공급이 많이 늘어나길 기대하기가 어렵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신규 공급을 늘리려는 개발 사업들은 당장 2~3년 후 공급부족이 현실화한다면 대책이 되기 어렵다.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주고 불안심리를 완화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아파트 공급부족 시 오피스텔이 대체제로 활성화됐던 것처럼 유사한 생활환경을 제시하면서도 더 짧은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완화된 주거 모델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서울의 경우 투자 선호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이 부진할 경우 주택시장의 가격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재건축을 포함한 공급계획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고 주택의 활용성과 거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신축 공급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재고 주택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움직일 수 있는 조치 또한 필요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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