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 결과 경제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1년 뒤 침체 가능성을 61%에서 54%로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하는 경기침체 확률도 5월 말 71%를 정점으로 8월 말 61%까지 낮아졌으며, 9월 초 골드만삭스는 내년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20%에서 15%로 낮추기도 했다. 소위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큰 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심한 경기침체 없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는 이러한 기대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가 동결(5.25~5.50%)되고 연내 1회 추가 인상이 시사되었으나, 내년 말 및 2025년 말 정책금리 전망 중간값이 각각 50bp 높아졌다. 이렇게 연준이 긴축 기조를 일부 강화한 것은 미국의 경제활동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 성장률 전망이 상향조정(1.0→2.1%)되었으며 실업률은 하향조정(4.1→3.8%)되었다. 물가 전망은 여전히 높지만(근원 PCE 3.7%) 최근 몇 개월간 인플레이션 안정세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되었다. 이어 지난 9월 29일 발표된 8월 근원 PCE 상승률이 3.9%로 전월 4.3%보다 둔화되어 이러한 기대가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져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게 될까. 필자는 낙관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 연착륙 기대 강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아직 불확실하다. 근원 물가 상승률이 하향세를 보였으나 목표 수준으로 안착하려면 여러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이 강하다. 최근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은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은 여전히 견조하다. 그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률 하락을 견인했던 유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정상화되는 수준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흐름은 원유, 천연가스 등의 장기공급 곡선을 오히려 비탄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을 물가하락 요인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저물가를 수출하던 중국 경제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큰 불확실성 하에서 최근 물가 등 단기적 흐름을 근거로 연착륙을 성급히 점치는 것은 무리다. 얼마 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미 경제의 연착륙 희망이 실현될 확률이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경계했다.

경기침체 없이 물가 상승률 둔화가 가능하다는 연착륙 전망은 인플레이션이 주로 공급측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인식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러 분석에 의하면 유가 하락에 의해 절반 정도가 설명된다. 그러나 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단행한 2년간 GDP의 12%에 달하는 재정지출과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전례 없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정책 대응이 작금의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소비 둔화, 고용 축소 등 경제활동의 위축 없이 물가 압력을 제어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준은 이미 정책금리를 물가 압력을 완화시키는 긴축적인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경제에 온전히 파급되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미 노동시장 여건이 일부 완화되고 소비지출이 완만해지고 있으며 근원 물가 상승률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미 국채 시장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미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많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4.25%를 정점으로 지난 봄 3% 중반대로 하락했다가 최근 4.5%를 훌쩍 넘어 한때 4.9%를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해와는 달리 단기금리가 횡보하는 가운데서도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이 축소되고 있다. 미 국채 공급 확대 우려 등이 가세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긴축기조의 장기화와 장기간 지속될 양적 긴축(QT)을 고려할 때 이러한 흐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연착륙'이라는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에 빠져 있지는 않은 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현 거시경제 흐름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물가다. 물가를 중장기적 안정 기조로 돌려놓지 않고는 지속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그는 연착륙이 가능한 경로임을 인정하면서도 연준의 주요 책무는 물가안정이며 연착륙 달성에 치중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연준이 금리를 5.5%까지 높이고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제시해 왔지만 시장은 보다 빠른 금리인하를 기대해 왔다. 시장의 이러한 앞선 기대는 금융 상황을 더 완화적으로 만들어 보다 강한 노동 상황과 소비를 견인하여 결국 물가가 목표로 도달하는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다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또는 더 장기화된 긴축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FOMC 회의의 메시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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