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뜨거웠던 국내 전기차(EV) 시장 열기가 올해는 사뭇 식었다.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를 살 사람들은 다 샀다는 평가와 함께 아직은 구매하기에 시기가 이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전기차 내수 판매는 정체된 상황이다.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전기차 10만1천437대 팔려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 지난해 8월 누적 전기차 판매가 9만6천750대로 66.9% 급증한 것과 비교된다.

기아가 올해 야심 차게 내놨던 플래그십 EV9의 경우 출시 이후 4개월 동안 4천156대 팔리는 데 그쳤다. 보조금을 받아도 실구매가가 7천만~8천만원 수준에 달하는 등 비싼 가격이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일 '2023 기아 EV 데이'에서 "국내 시장에서는 8천만원 이상의 시장이 월평균 외산 1만1천대, 국내 2천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며 "EV9 출시 시 외산의 젊은 수요층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 미흡하지만, 그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국내에서는 정체되고 있지만, 해외는 올해도 35% 성장하는 등 국내와 글로벌 트렌드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기아는 3천만원대부터 1억대에 이르는 EV 풀라인업을 갖춰 대중화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내연기관 차량처럼 다양한 차종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내년 상반기 EV3를, 하반기 EV4를 출시하며 EV5의 경우 2025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EV5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생산해 올해 말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이들 모델은 기아가 내놓은 전기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대인 최저 3만5천달러(약 4680만원)에서 최고 5만달러(약 6천690만원)대에서 책정된다. 보조금을 고려하면 3천만원대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성비를 높인다.

송호성 사장은 "기아의 전동화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높은 가격, 충전의 불편함 등 우려 사항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아의 중저가 전기차 전략은 테슬라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모델3와 모델Y 등 일부 가격을 최대 300만원 내렸다.

이 밖에도 기아는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내에서 이핏(E-Pit)을 포함해 2025년까지 3천500기를 설치하며 이외 지역에서도 현지 충전사업자와 협업해 기아 딜러망 내에 급속·초급속 충전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내년부터 가성비 좋은 보급형 전기차 시대를 열면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연기관 차량이 어디서든 주유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차도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프라의 완전한 구축이 전기차 대중화의 선결 과제다. (기업금융부 이윤구 기자)

왼쪽부터 EV6 GT, EV4 콘셉트, EV5, EV3 콘셉트, EV9 GT 라인
[출처: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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