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헤지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빌 애크만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접근하고, 3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4.5%와 4.7%였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현재 10년물 금리는 5%에 도달했으며, 30년물 금리도 5.1%를 넘어섰다. 장기금리는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와 중립금리 수준, 그리고 기간 프리미엄의 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금리의 상승 요인을 분해해 보니, 당분간 금리의 상단은 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채 금리가 이렇게 상승 폭을 키운 데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이 큰 역할을 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정책금리의 상한을 0.25%에서 5.5%로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으며, 올해 안에 0.25%포인트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11월 회의에서의 금리 동결과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으로 정책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책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 것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생각보다 더딜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높은 정책금리를 견딜 만큼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강화된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곧 발표될 미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로 4%대가 예상되는데, 금리 상승으로 긴축적인 금융 여건하에서도 성장세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4분기 이후에도 20만 개를 상회는 일자리 수 증가와 3.8%라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실업률이 빠르게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성장세가 약화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전망이다. 연준의 공격적 정책금리 상승에도 미국 경제가 이와 같은 강건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미국의 중립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의 미국채 금리 상승에는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 국채를 보유할 때 만기까지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감수하는 보상으로 요구되는 추가 수익률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장단기 국채금리 분석 모형 결과를 인용하여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의 3분의 2 정도가 기간 프리미엄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은 계속 필요할 것 같다.

먼저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채권 수익률의 실질 가치를 낮추거나,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상승을 유발해 채권 가격의 하락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한 국제유가의 향방이나 올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은 물가 불안 요인이다. 지난 7월 사우디의 하루 100만 배럴 감산 소식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를 80달러 후반으로 상승시켰다. 그러나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심화하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주택가격은 건축허가나 착공 등의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택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내년 하반기에는 주거비를 통한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미국 국채의 수급에 따른 가격 변화 가능성이다. 즉 채권 수요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아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에 대한 보상이다. 우선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는 2023년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GDP의 6%를 상회하는 1조6천900억 달러로 전년대비 22.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는 2033년까지 연평균 6.3% 증가해 명목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23년 98%에서 2033년에는 11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도 적자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채 수요도 이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연준은 양적긴축, 즉 통화정책 정상화의 한 축으로 보유 자산 중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의 재매입을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 중앙은행의 국채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적긴축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미국채 보유 축소도 주목할 점이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가 배제된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일본 중앙은행 (BOJ)의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의 폐지도 미국채 수요 감소 요인이 될 수 있다. BOJ가 수익률 곡선을 통제하기 위해 일본 국채를 매입해 민간의 국채 매입이 어려웠으나, 수익률 곡선 통제를 폐지하면 이러한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을 민간이 대체함에 따라 민간의 외국 국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의 장기금리는 당분간 하방보다는 상방으로 열려 있는 것 같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연준 정책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전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은 정책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또한, 공격적 정책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 연착륙이 예상되는데, 이는 높아진 중립금리를 시사한다.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 또한 예상되는 주거비 반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과 구조적 재정적자, 미국채 수요 감소를 반영한 국채가격의 하락에 대한 보상이 지속해서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기대된다. 따라서 연준이 본격적인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미국채 장기물 금리는 상방이 더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 안전자산 수요 확대로 인해 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 폭이 확대되고 고유가 기간이 길어지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