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아파트시장이 9월 말 기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차를 두고 8월 말 기준까지 발표된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또한 전국 아파트 시장이 오름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3분기 후반부터 상반기 오름세를 이끌었던 서울 중심의 수도권 아파트시장에서 거래 둔화 및 매수심리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고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월별 매매거래 건수는 10월 말 1천건을 조금 넘긴 상황이다. 내년 2024년 시장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보는 11월 초 현재, 서울 중심의 빠른 회복력으로 불안심리 마저 부추겼던 상반기와 달리 조정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 부담이 아파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초 예상보다 고금리 구간이 길어지고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늦춰지면서 부동산 자산시장의 투자성이 악화되고 신규 투자수요 역시 제약을 받고 있다. 10월 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7%를 다시 넘어선 상태다.

물가는 아직 목표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았지만 경기침체를 우려할 지표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선의 추가 등 변수가 늘어나면서 불확실성과 변동성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2024년 중반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고 금리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주가 등 자산시장의 하락 변동이 뒤따르고 바닥을 형성했던 전례를 돌아보면, 내년 중 금리 변동에 맞춰 글로벌 자산시장의 하락 주기가 종료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등 실물시장 또한 유사한 궤적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연초까지 당분간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금리 여건에 따라 자산시장의 조정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아파트 거래 시장은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와 거래 관망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극화된 투자성과 수급 환경에서 아파트 가격 및 거래 동향이 상당한 지역 간 온도 차를 보이고 있고, 고물가·고금리 악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비주거용 개발시장이나 미분양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주택 공급시장의 리스크가 표면화될 우려가 남아있다.

지역 간 격차는 있겠지만, 조정장 이후 기준금리 변동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추가 하락을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역, 상품별 선별 투자와 급매물 위주의 저점 매수 및 실수요 중심의 장기투자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2024년에는 아파트 시장의 조정과 재편을 통해 위험과 중장기 투자 기회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심화된 양극화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 올 상반기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인 곳은 가격 급락지역이면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자체 상품성이 양호한 곳들이었다. 신규 분양시장의 청약경쟁률과 전세시장의 회복력 또한 이처럼 수요 지속력과 투자 선호도를 기대할 수 있는 주택 상품과 지역에 한정돼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긴축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 대안의 부재, 인구변화와 저성장 등 사회·경제학적 장기 변수가 더해지면서, 국내 부동산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은 한편, 양극화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24년에는 하락주기를 마감하며 중장기 변수들을 염두에 둔 안전자산 집중형 포트폴리오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