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12주간의 짧은 반등을 마감하고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 대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 프로그램이 가격을 떠받친 반등장이라는 시각이 눈길을 끌었다.

4일 KB국민은행 부동산 주간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8월 둘째 주 0.01% 상승한 이후 12주 연속 전주 대비 상승했으나 11월 둘째 주 들어 0.01% 하락하며 반등장을 마감했다.

이후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셋째 주 0.03%, 넷째 주 0.02% 하락하며 다시 우하향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
[출처: KB부동산]

 

권역별 추이를 살펴보면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7월 다섯째 주 보합에 접어들며 가장 먼저 상승 전환했고 11월 둘째 주까지 15주간의 반등장을 유지했다.

 

5개광역시는 9월 둘째 주와 셋째 주 보합을 보인 것 외에는 반등이라 할 만한 움직임이 없었고 이를 제외한 기타지방은 9월 셋째 주부터 10월 셋째 주까지 5주간 상승세를 유지하다 다시 보합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은 16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10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흐름이 꺾이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과 거래 추이를 함께 살펴보면 거래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보다는 가격이 거래를 끌고가는 인상이 짙다. 매매가격은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증감과 비례해서 개선되는 양상을 띠었다.

KB부동산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감 추이와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거래동향을 비교하면 거래량이 감소하다 5월 들어 가격지수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자 이를 따라가다 7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거래량, 주택담보대출 추이
그림설명: 아파트 매매거래량(파란색 선), 월간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증감(녹색선),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녹색 영역). [출처: 연합인포맥스 매크로 차트]

 

일부 전문가들은 상반기 나타났던 가격 상승에 대해 가짜 강세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건설애널리스트를 지낸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채부심에서 "대출의 힘이 시장을 돌려세울 만큼의 위력이 있다는 것을 2월에 느끼게 되고 그래서 이런 한시적인 프로그램이 시장을 돌려세운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서 가짜 강세장, 아니면 한시적 강세장 이런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채상욱 대표는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수요는 결국 소득과 대출로 분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주택가격 상승은 신청 개시 이후 10일만에 10조 원이 몰린 특례보금자리 대출과 편법 논란을 빚었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 자료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9월 이후 가격 상승세가 꺾인 것도 정부의 특례보금자리 축소,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엄격한 관리 방침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현재 상황에서 주택가격 조정없이 거래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섣부른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며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총재를 제외한 여섯명의 금통위원도 두 명이 현 수준에서 동결을, 네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27조 원 규모로 알려지면서 올해 주택시장을 떠받친 특례보금자리론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라는 조건이 있는 데다 아직 국회 예산처리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 주택시장 전망에서 "매매 거래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소득이 지속 개선되며, 경기 침체를 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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