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현재, 전국 아파트시장에서 거래량 감소에 따른 실거래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중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단행을 기다리며 매수자들은 싼 매물에만 반응하고, 매도자들은 반대로 수요심리가 회복되길 기다리며 상호 관망세가 짙어졌다. 12월 첫째 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시세 조사 결과 서울이 29주 만에 주간 하락 전환했고, 전국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내림세다.

내년 집값 전망에 한창인 투자자들은 추가 조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금리 인하에 따른 거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따져보고 있다. 시장의 예측대로 2024년 중반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에 들어간다면 시차를 두고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2024년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의 표출 같은 하방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선행적으로 시장금리가 하향 조정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면 양극화된 투자 유동성은 저가 매물을 흡수하기 위해 선호 지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출금리와 정책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저가 실수요 거래 시장의 회복세는 시차를 두고 뒤이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으로, 서울 수도권 주요 주택시장에 비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의 과잉 공급이나 신축 미분양 부담을 겪고 있는 지역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좀 더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내년 하반기까지 상대적인 거래 부진과 가격 약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

여유자금을 지닌 투자자들이 대기 중인 고가 아파트시장과 달리 중저가 주택 거래 및 실수요 내 집 마련에는 강화되고 있는 대출 규제와 금융 정책들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중장기 가계부채 대책이 운영되는 가운데 내년 1분기에는 추가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될 예정이다.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대신 저출산 대책과 결합한 정책금융 상품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 한해 주택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 1월이면 종료될 예정이나, 신생아특례대출이나 청년주택드림대출을 포함한 70조원이 넘는 정책금융 예산이 투입된다면 유사 효과를 얼마간 기대해 볼 수 있다. 내년 예정된 정책금융 공급 규모는 신생아특례대출이 약 27조원,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최대 30조원으로 추산된다.

신생아특례대출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이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준다. 특례대출 중 금리가 가장 낮고 소득 기준은 디딤돌대출의 2배 이상 높다. 아이가 없어도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라면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을 만들어 납입하고 당첨되면 최저 2.2%의 낮은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청년주택드림대출은 분양가 6억원 이하 대상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새 아파트에는 활용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고,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산을 주요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청년, 무주택 가구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반향을 일으켰던 특례보금자리론의 효과를 대신해 주택 거래 회복세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밖에도 정부는 청년을 타깃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선보인다. 신생아특례대출과 함께 신생아전세대출, 신생아특별공급 3종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신생아특별공급은 2세 이하의 아이를 둔 가구에 연간 7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며, 뉴홈 공공분양의 경우 최대 35%까지 배분하고 민간분양 역시 출산 조건을 우선 배정하여 당첨자를 가린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 신설도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4년에는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활용성이 큰 다양한 지원 정책이 새롭게 도입된다. 금리 인하와 실물경제, 총선 정책에 더해 입주량과 전세 이슈까지 다양한 변수를 통해 주택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나에게 적합한 지원 정책이나 금융 상품이 있는지 세부 조건을 따져보고 활용해 봄 직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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