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저물어간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자산운용기관들은 올해의 실적을 정리하면서 내년에 대한 전망을 통해 자산운용전략을 수립한다. 전년도 예상과 달리 금년도 실적은 늘 변동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전망을 통해 내년 전략을 수립한다. 이러한 과정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자산운용전략을 추구해 나아가는 데 있다고 본다.

지난해 전 세계 자산운용기관들은 이례적인 주식, 채권 동반 약세로 대거 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하여 금년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금년도 수익률은 대체로 지난해 손실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이것이 자본시장이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운용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을 통해 발전하는 데 있다.

2024년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배분전략은 주식과 채권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에 있다. 2000년대 들어 음의 상관관계가 강해서 채권은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하락 위험을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2022년 주식, 채권 수익률 모두 하락하여 채권의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에도 양 자산 가격은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자산배분전략에 변화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본다. 따라서 채권이 담당했던 포트폴리오 보호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체투자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대체투자의 역할은 과거에 채권의 낮은 수익률을 제고하는 역할에서 향후 분산투자를 통한 하락 위험 축소로 임무 변경이 예상된다.

대체투자의 분산투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 분류도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관투자자는 대체로 시장성 채권만을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채권 자산 분류를 채권 성격 자산으로 포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 자금이면 유동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사모 신용은 채권의 대체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직접 대출(Direct Lending), 인프라 대출(Infra Debt), 부동산 대출(Real Estate Debt)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비유동성 프리미엄이 상당히 높고 유사시 견조한 성과를 시현하여 채권의 대체적인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다.

2024년 시장환경은 과거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 다양한 대체투자를 활용한 분산투자로 배당수익을 차곡차곡 모으는 티끌 모으기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자산운용기관들은 전 세계 다른 기관에 비해 대체투자 관련 이슈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특히 오피스에 단기자본차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집중한 데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대체투자 대상을 확대하여 분산투자 기회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부동산은 데이터센터, 물류, 주거, 셀프스토리지 및 리츠 등으로 분산투자가 바람직해 보인다. 부동산 업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도 있다. 인프라는 에너지 전환 등 친환경 인프라 지분 및 인프라 채권 투자 등이 유망해 보인다. 사모 주식은 고금리 시장 환경을 고려하여 세컨더리(구주 인수), 중견 기업 인수(Middle Market Buyout)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및 대규모 기업 매각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저금리 환경과 다른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 유형으로 블라인드펀드 일변도보다는 유동성을 고려하여 개방형 펀드, 상장 리츠 및 인프라로 분산이 바람직하다. 대체투자는 유동성이 부족하지만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대체투자는 고비용이 수반되므로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직접투자를 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나 현재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검증된 파트너와 공동투자(Co-Investment) 전략, 개별일임계좌(SMA)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기금 자산의 빠른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의 자산운용전략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체투자와 오피스 투자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체투자의 일부인 부동산도 오피스 이외에 분야가 매우 다양하여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부동산 이외에도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으로 분산 투자하여 얻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간 검증된 바 있다. 2024년을 맞이하면서 자산운용기관들은 귀중한 반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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