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적되어온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정책당국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민 재테크 수단인 펀드가 처음으로 1천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시장의 빠른 성장에 비해 공모펀드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업계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완전 판매, 투자자의 수익률 불만 등이 이어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 미국 자산운용 컨설팅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는 7%의 기대수익률 달성을 위해 30년 전보다 난이도가 있는 수익 추구형 자산 배분을 증가해야 한다. 30년 전에는 위험자산인 주식에 15%를 배분했으나, 지금은 주식 및 대체투자에 약 50%를 배분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급격한 투자환경의 변화가 투자자들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투자환경에 대응하여 기관투자자들은 신속하게 대체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자산에 대한 분산투자를 확대하였다. 사모펀드는 개인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에 비해 빠른 성장을 하면서 국내 펀드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연기금의 빠른 자산 증가에 따라 효과적인 자산 배분과 관리를 위해 사모펀드는 최고의 성장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투자환경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사모펀드 투자 실패 사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를 유도했고, 그 결과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는 빙하기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실패, 리츠 수익률 저조 등으로 개인투자자, 특히 은퇴생활자의 자산운용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연기금과 같은 자산 배분을 통해 장기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개인투자자용 사모펀드(PEF)를 처음 출시했다. 이는 이미 출시된 개인투자자용 부동산, 기업 대출 펀드에 이은 상품이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로 운용자산 규모를 확대해 왔으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개인투자자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개인투자자 보호, 교육, 가입 절차 등 기관투자자와 다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사모펀드 시장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Private Market)라고 부른다. 과거 기관투자자나 소수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모펀드 시장을 개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추세를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규제가 강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접근에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 다양한 투자상품과 전략이 나와 빠르게 민주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해외 금융당국도 30년 전과 다른 어려운 투자환경을 인식하고 개인투자자에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분위기다.

세계 유수의 대체투자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핀테크 기술을 이용하여 대체투자상품 판매 플랫폼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미국에서 출시된 문페어(Moonfare)는 적격 개인투자자에게 세계 유수의 운용사가 운용하는 사모주식, 벤처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최소 투자 금액은 12만5천달러이고 모바일로 가입하는데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는 토큰화(Tokenization)가 가능하게 했다. 토큰화는 분할 소유를 가능하게 하여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사모펀드 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자산의 토큰화가 가능한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비용절감, 세컨더리 시장에서 유동성 제고, 투자자의 접근성 등이 강화되어 사모펀드 시장의 민주화를 촉진시켰다.

사모펀드 시장의 민주화 추세는 어려운 투자환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개인투자자의 의지와 결합하여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본다. 물론 투자자 보호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에서 문제가 된 사모펀드 실패 사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매우 떨어지는 수준의 상품이었다. 지금이라도 한국의 개인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세계적인 큰 추세와 역행한다면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30년 전과 달라진 투자환경에서 영원히 낙오할 수도 있는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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